보편적 복지의 민낯

by 권태윤

복지예산을 많이 늘린다고 다들 걱정합니다. 나라살림을 거덜 낸다고 합니다. 하지만 생각해봅시다. 그 돈은 누구에게 가는 것인가요? 다 국민 호주머니로 가는 것입니다.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와서 국민 호주머니로 갑니다. 그래서 그게 그거란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있습니다. 누구는 많이 내고, 내는 만큼 받지 못한다는 것, 그리고 다른 누구는 한 푼도 안내고 많이 받기만 한다는 것. 해서 안내고 받기만 하는 사람은 환호하고, 받지도 못하고 내기만 하는 사람은 분노합니다. 형평성에 맞지 않습니다. 적어도 많이 버는 사람은 많이 내더라도, 적게 버는 사람도 적게라도 내는 공평한 룰이 필요합니다. 죽도록 열심히 일해서 번 돈을, 게으르게 산 사람들 놀고먹는 입에 바쳐야 한다면, 좋아할 사람은 놀면서 받아먹는 사람뿐입니다.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습니다. 그 복지를 위해 빚을 낸다는 것입니다. 빚을 낸다는 말은 외상술을 마신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그 술값을 지금 세대가 아닌 미래세대가 갚아야 합니다. 술 냄새도 못맡아 본 미래세대에게 술값을 떠넘기는 행위, 이것이 바로 빚을 내 복지를 하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좀 먹고 살자고 자식, 손자의 이름으로 대출을 받아서 쓰는 행위, 이게 정상적인 행위라고 볼 수 있을까요? 이건 몰염치한 짓입니다. 이걸 두 손 들고 박수치고 환호하고 있습니다. 부끄러운 줄을 알아야 합니다.


이래서는 제도의 영속성은 물론이고, 사회적 화합도 불가능합니다. 국가예산은 그냥 나라에서 찍어내는 화폐가 아니라, 국민들이 피땀 흘려 번 돈을 한푼 두푼 모은 것입니다. 한마디로 공짜는 없습니다. 돈은 결코 하늘에서 그냥 떨어지지 않습니다. 더구나 내는 사람이 기분 좋게 내게 하려면, 받는 사람이 고맙게 느껴야 합니다. 그런데 마치 빚 받으러 온 악성 채권자처럼 구는 행태가 만만치 않습니다. 이런 몰염치한 사람에게 어느 누가 선뜻 세금을 부담하고 싶을까요.


‘보편적 복지’란 그런 것입니다. 안 받아도 되는 사람에게 까지, 그래서 고마움은커녕 비웃는 사람들에게 까지 세금을 마구잡이로 퍼주는 것입니다. 이건 한마디로 이상한 행태입니다. ‘선택과 집중’은 어디에나 필요합니다. 꼭 필요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만큼의 지원을 하는 복지, 그리고 미래세대의 피는 빨아먹지 않는 염치, 그게 현명한 살림꾼의 기본적인 자세가 아닐까요.


세금을 내는 사람의 예의, 북지혜택을 받는 사람의 염치가 없는 나라살림의 끝은 모두가 망가지는 파국의 길일 뿐입니다. 인간은 생각보다 아주 탐욕스럽고 몰염치한 존재입니다. 그걸 깨달아야만 현실적 해법을 찾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 대통령이 한턱 쏜다고 해서 공짜인줄 알고 배불리 먹고 웃고 떠들며 환호성을 지릅니다. 하지만 자리 털고 일어설 때 밥값은 대통령이 결코 내주지 않습니다. 공짜인줄 알고 먹고 마셨던 사람들 중 조금이라도 여유있는 사람들, 음식 맛도 못보고 지나가던 사람들, 아직 돈벌이도 못하는 이이들, 태어나지도 않은 미래세대가 몽땅 부담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입으로만 한턱을 쏘고, 계산은 엉뚱한 사람들이 해야 하는 것, 그게 보편적 복지의 민낯입니다.


기축통화가 아닌 우리 입장에서 다른 묘수가 있다면 정말 알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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