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부와 안동'국시'

by 권태윤

나는 두부를 좋아합니다. 50년이 넘도록 먹어왔지만 한 번도 질리거나 맛이 없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라면을 끓일 때도 두부 반모 정도를 썰어 넣고 나만의 비법으로 끓이는데 그 맛이 일품입니다. 수년 전 중국여행길에 남들은 입에 대기조차 힘들어 하는 중국식 취두부를 처음 먹어봤는데, 내 입에는 그런대로 먹을 만 했습니다. 하수구 냄새가 나는 취두부까지 입에 맞을 정도이니 두부는 생의 일부이긴 한 모양입니다. 그래서일까요. 몸의 살도 두부를 닮아갑니다.^^::


두부는 어릴 적 어머니께서 자주 만들어 주신 음식입니다. 거의 매주 두부를 만드셨습니다. 자식들이 좋아한다고 그 고된 노동을 마다하지 않으셨습니다. 두부를 만드는 과정은 녹록치 않습니다. 우선 콩을 물에 불려 맷돌로 갈아야 합니다. 그런 다음 자루에 넣고 쥐어짜서 콩물을 남김없이 짜냅니다. 가마솥에 물을 끓여 콩물을 넣고 끓입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간수(bittern)를 넣습니다. 그럼 마버처럼 몽글몽글 두부가 뭉치기 시작합니다. 그럼 얼른 퍼서 두부판에 담고 무거운 것을 그 위에 올려놓습니다. 적절하게 물이 빠지면 칼로 잘라 두부모를 만듭니다.


과정이 단순하고 쉬워 보이지만, 노동의 강도가 만만찮습니다. 콩을 가는 일에서부터 두부모가 완성되기 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고된 노동이 필요합니다. 그 고역을 마다않고 어머니는 그리도 자주 두부를 만드셨는데, 나중에 연세가 들어 허리나 어깨가 안 좋아진 데는 그런 ‘두부 만들기’도 원인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머니께서 자주 만들어주신 또 다름 음식은 칼국수였습니다. 안동에선 칼국수를 만들 때 콩가루도 함께 넣어 만들었습니다. 안동에선 콩가루를 '콩가리'로 불렀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도 국수가 아닌 ‘국시’였습니다. ‘콩가리와 밀가리’의 배합이 얼마나 잘 되느냐에 따라 맛이 결정됩니다. 잘 배합된 ‘칼국시’는 그 맛이 담백하면서도 매우 구수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 맛에 중독된 안동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그 맛을 그리워해 아내에게 ‘국시’를 만들어 달라고 조릅니다.


두부든 국시이든 그 ‘맛’이란 것이 어찌 재료에서만 나왔을까요. 두부나 국수 맛의 9할이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사랑과 땀방울이었을 것입니다. 잘한다는 맛집 아무리 찾아다녀 봐도 어머니의 손맛을 내는 곳을 찾지 못했습니다. 여의도 어떤 국수집은 ‘안동국수’를 팔고 있는데, 그건 안동국시도 아니고 그저 정체모를 국수입니다.


세월이 흐르고 어머니도 가신 뒤로는 그 두부 맛, 국시 맛이 더욱 그립습니다. 다행히 아내가 ‘안동국시’ 만드는 방법을 배워서 흉내를 제법 냅니다. 손바닥만 한 국수를 밀면서도 힘겨워 합니다. 주말마다 두부를 만들고 국수를 밀었던 어미의 사랑 갚지도 못했는데, 그 고생만 하시다 갔습니다. 다음 생에는 내가 어머니로 태어나 맛있는 두부, 안동국시를 자주 만들어드리고 싶습니다.


한번 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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