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土地公槪念)

by 권태윤

성경 이사야 5:8절에는 “너희가 더 차지할 곳이 없을 때까지 집에 집을 더하고 밭에 밭을 늘려나가 땅 한가운데서 홀로 살려고 하였으니 너희에게 재앙이 닥친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토지공개념에 찬성합니다. 토지는 주어졌고 재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모든 사람이 필요로 하는 생산과 생활의 기반이 토지입니다. 재생산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한 사람의 소유는 필연적으로 타인의 피해를 수반할 수밖에 없는 특권임을 뜻합니다. 게다가 토지가치가 발생하고 상승하는 것은 토지소유자의 노력이 아니라 사회의 공동노력에 기인한 것입니다.


토지 불로소득과 부동산 투기는 개인의 자유와 개성, 근면과 창의를 장려하는 것이 아니라 땀 흘려 일 하지 않고도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는 불공정한 구조를 촉진하며 기회주의와 한탕주의를 키우는 사회의 독버섯과도 같은 것입니다. 특히 토지불로소득으로 인한 빈부의 양극화는 ‘부의 대물림과 고착화’를 부채질합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부동산 세제는 전형적인 후진국형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부동산세에서 보유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우리나라는 30.5%밖에 되지 않는데 반해,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는 80%를 초과하고 있고, 복지국가로 알려져 있는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등도 70~80%에 달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찾아온 경제위기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한 변수는 단연 토지투기입니다. 즉, 토지가격의 거품 생성과 붕괴(boom and bust)가 경제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주된 변수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입니다. 사태의 본질은 토지거품의 생성과 붕괴였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수많은 파생금융상품들이 토지거품이라는 모래위에 지어진 것이어서 토지거품이 붕괴하자 금융위기가 초래된 것입니다. 1980년대 말에서 1990년대 초에 일어난 북유럽 복지국가들의 금융위기,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된 장기불황도 바로 토지거품 생성과 붕괴가 낳은 결과였습니다.


헨리 조지(Henry George)는 <진보와 빈곤>(Progress and Poverty)에서 “토지 사유제는 사실상 노예 사유제와 같은 것이며 토지가 없으면 진정한 자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자기 집과 땅이 없는 사람은 집 한 칸을 마련하기 위해 거액의 빚을 지고 자신이 노동한 결과를 평생 빚에 대한 이자로 갚으면서 살아야 합니다. 이들이 바로 자기 집의 노예가 된 하우스 푸어(house poor)입니다. 또 집이 없는 사람은 열심히 일해도 치솟는 주거비 때문에 노동한 결과를 고스란히 임대료로 지급하고 가난해집니다. 이들이 바로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다는 워킹 푸어(working poor)입니다.


토지정의를 바로세우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국가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첫째, 무리한 도로 건설, 개발 사업이 진행되지 않습니다.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땅값 상승이라는 불로소득이 발생하기 때문에 개발사업 주변지역의 토지 소유자들은 개발에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토지 불로소득이 환수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둘째, 건설사업자들의 무리한 사업 확장이 사라집니다. 과거에 건설사업자들은 공공에서 분양받은 토지 위에 집을 지어 팔면 엄청난 돈을 벌었는데, 그 소득의 대부분은 토지 불로소득의 또 다른 이름인 개발이익입니다. 그러나 토지가격이 고정되어 있으면 건설사는 건물에서만 이익을 남겨야 합니다. 그러므로 건물건설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하게 되고 더 양질의 건물을 짓기 위해서 노력하게 됩니다.


셋째, 과거 용산참사와 같은 불상사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습니다.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개발이익은 자연스럽게 환수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재건축ㆍ재개발은 개발이익의 발생 유무와 무관하게 추진할 수 있게 되고, 개발이익을 둘러싼 갈등도 사라지게 됩니다.


넷째 농지와 녹지 보존도 쉬워집니다. 地價가 고정되어 불로소득을 누릴 수 없게 되면 농지와 그린벨트를 다른 용도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지 않습니다. 농지 소유자는 열심히 농사를 지을 것이고 외지인이 농지를 소유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린벨트 지역에도 재산권을 행사하게 해달라는 현수막도 사라질 것입니다. 아울러 토지 불로소득을 환수하면 토지를 놀리거나 저사용(under-use)할 경우 손해가 되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 즉 한때 화려했던 도시의 중심이 슬럼화되고 도시 외곽의 녹지가 무분별하게 잠식당하는 현상도 사라질 것입니다.


새로운 토지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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