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연금 개혁이 국정과제로 추진되고 있다지만, 군인연금을 일반 ‘공적연금’과 동일선상에서 바라보는 것은 사실 매우 위험합니다. 국가 재정건전성 제고, 국민연금 중심의 제도발전, 직역연금과 국민연금간 수혜 형평성 제고 등의 원칙에 딴지를 걸자는 것이 아닙니다. 군대라는 조직의 특수성을 외면하는 연금개혁은, 어떤 포장지를 두르더라도 개악(改惡)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시민단체를 비롯한 많은 국민은 ‘형평성’을 거론합니다. 그러나 군인연금은 단순히 직업군인의 노후소득보장 차원을 넘어 군의 유지와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지불할 수밖에 없는 안보비용으로 봐야 합니다. 저출산고령화가 확산되고, 군복무에 대한 긍지가 점차 퇴색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국가보전금의 지속적 증가와 재정수지 악화에도 불구하고, 군인연금은 휴전상태인 남북간의 긴장 상황을 먼저 이해해야만 하는 영역입니다.
군대를 운용하는 다른 나라의 사례들도, 한결같이 군을 우대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미국, 영국, 독일, 호주는 본인부담 기여금제도 자체가 없습니다. 전액 국가가 부담합니다. 물론 잘 사는 나라여서 그런 측면도 있을 것입니다. 지급시기도 미국, 프랑스, 영국, 독일, 캐나다, 대만, 호주,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도 우리와 같이 퇴역즉시 지급하고 있습니다. 우리만 별난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입니다.
특히 미국은 군인연금과 함께 국민연금 동시가입이 가능하며, 67세부터 국민연금도 함께 받을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수급조건 미충족자도 근무연수에 따라 52~62세가 도래하면 연금을 지급합니다. 연금외 추가소득이 있더라도 연금을 삭감하지 않는 점도 눈에 띕니다. 영국도 신국가연금에 동시가입해 매년 연봉의 1/47을 적립하면 65세 도래시 신국가연금도 받습니다. 독일도 수급조건 미충족자인 계급별정년 이전 퇴직자에게도 62세 도래시 연금을 지급합니다. 캐나다는 국민연금 동시가입이 가능하여 65세부터 국민연금 수급도 가능합니다. 연금 외 추가소득이 있더라도 연금을 삭감하지 않습니다. 대만은 연금 외 보충제도로 군인보험도 운용하여 소득을 보장하니다. 호주의 경우 연금외 보충제도로 65세이상 일정자산 미달자에게는 기초연금도 지급합니다.
이처럼 해외 주요국은 국가에서 기여금을 전액 부담하거나 국가가 더 많은 부담을 하면서도 우리와 같은 퇴역즉시 지급을 하고 있으며, 우리보다 GDP 및 국방비 대비 더 많은 연금 지급비율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연금외 보충제도 운용으로 소득을 보장하는 등 군인연금을 상대적으로 우대하고 국가차원의 노후안정지원제도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군인에 대한 연금제도와 소득보충 제도를 안보비용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안보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군사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인력획득과 유지가 가능한 수준을 지켜야 한다는 불가피성이 존재합니다. 특히 최근에는 군 간부 지원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습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2021년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군인을 직업으로 선택하기 위해서는 공무원 대비 월 143만원의 금전적 보상이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기 때문에 강군을 추구하는 주요 선진국의 경우에도 군인연금을 상대적으로 우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군의 현실을 보면 오히려 푸대접을 받는 측면도 존재합니다. 낮은 재취업률, 실업급여 미지급, 저조한 연계·합산제도 활용률은 물론이고, 타 공적연금이 제공하는 비공무상 장해연금제도도 없습니다. 특히 공무원 장해연금은 장해등급 14급까지지만, 군인 상의연금은 7급까지만 지급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군인의 사회안전망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방안을 모색해야만 합니다.
군인연금은 군인이 전역 및 노후에 대한 걱정 없이 국가에 헌신할 수 있는 핵심적 요소입니다. 안보를 생각한다면, 미국의 경우처럼 현행 연금제도에 더한 추가적인 개인저축계정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조속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낡은 관사에 거주하며, 자녀교육도 제대로 하기 힘든 열악한 여건, 수없이 많은 근무지를 옮겨 다니며 생사를 넘나드는 삶이 일상인 군인에게, 연금평등주의를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