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본을 물끄러미 내려다 봅니다, 저 깨지기 쉬운 둥근 수박 위에다 이리저리 줄을 긋고 내것과 네것을 구분하며 으르렁대는 인간의 아귀다툼 같은 삶을 우습다 생각합니다.
어느 순간 모래알과 먼지로 조각나 우주로 사라질 지구별에서, 그나마 게중 우월하다는 인간이라는 종(種)이 보다 인간답게, 보다 올바르게 사는 일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가 싶네요.
山에 올랐더니 그토록 짙은 초록이던 굴참나무 잎에 듬성듬성 구멍이 나고 누렇게 메마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인간의 生老病死가 그러하듯 자연도 계절과 시간의 무게를 버티기 어려운 모양입니다.
하루에도 몇번씩, 마음속 분노와 연민, 단죄와 용서의 감정들이 소용돌이 치는 이 혹독한 '마음의 우주'도 종국에는 차갑게 식고 시들어 먼지로 사라질 것이니, 실상 생명, 다툼 따위란 것은 다 헛되고 헛된 것입니다.
하루를 더 살수록 하루의 고통이 새로 늘어난다지요. 욕심이 커질수록 그만큼의 禍(재앙)가 마구 자라서 목을 조이고 가슴을 짓누릅니다.
짧은 인생, 좀 더 바른 인간으로 살다 가야 할텐데, 발목을 휘감은 제도와 진영, 뺏고 빼앗기는 탐욕의 무리들이 만든 사슬이 너무도 질기고 가혹하네요.
영화 <OLD>는, 시간여행자인 우리 인간의 삶이란 것이 얼마나 짧고 부질없으며, 그렇기에 어떤 마음과 자세로 삶과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야 하는지를 새삼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책상다리로 방바닥에 오래 앉아 독서하는 버릇 때문에 골반의 병이 도졌네요. 통증이 자꾸 심해져 주사 한방 맞기 위해 작은 동네의원을 찾았습니다. 칠십은 족히 넘어 보이는 의사분의 세상 달관한듯한 미소에서, 스테로이드 성분보다 훨씬 강력한 위로를 한보따리 받아왔습니다.
그제 장인어른을 끝으로 본가와 처가 모든 분들이 하늘나라에 계십니다. 부디 그 곳에선 더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