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
눈으로만 걸어오던 계절이
온몸으로 거칠게 파고들 때,
피부로만 기어오르던 사랑이
가슴으로 저릿하게 먼저 올 때,
사막의 요새처럼 말랐던 눈시울이
장마철 비가 새는 처마로 변할 때,
꽃과 풀을 구분하지 못하던 무심함이
들꽃 한 송이에도 속절없이 무너질 때,
외면하던 아내의 허리가
세상에서 가장 푸근한 안식처라 느낄 때,
아이들의 못난 모습만 보이던 눈이
무한한 관용과 이해의 시선으로 변할 때,
어설픈 수컷은
비로소 진짜 사내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