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산에 가서 나무를 안았습니다. 그의 마른 피부에 귀를 대면 자유의 음성이 들려 옵니다.
나무는 절대 먼저 다가가지 않습니다. 그는 누군가 다가와 안길 때까지 마냥 한자리에서 기다립니다. 그가 하는 일이라곤 그저 가지와 잎을 풍성하게 하여 그늘을 만들거나, 좋은 향기를 가만가만 풍길 뿐입니다.
나무는 자식을 품안에서 기르지 않습니다. 그저 꽃씨를 단장해 천리길 날려보내고 영근 열매는 짐승의 입에 물려 온 산에 심부름 보내는 것이 전부입니다. 그는 자식과 땅을 다투지 않고, 자기 그늘 속에 자식을 가두지 않습니다.
우리는 늘 다가가고 싶어 안달하며 살았습니다. 스스로 자라 그늘을 만들면 그들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습니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은 지금도 누군가의 그늘에서 놀고 싶어 속앓이 하며 삽니다.
자식을 둘이나 낳아 성인으로 키운 뒤에도 여전히 그들을 멀리 보내지 못합니다. 쉼없이 끼고 돌며 간섭하고 잔소리라며 그것이 사랑이라 여기며 삽니다.
나무는 겨울이건 여름이건 산이건 도로이건 한곳에 뿌리내리면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습니다. 거대한 궁전처럼 그 자리에서 자신의 왕국을 만들어 바람을 불러 춤춥니다. 그 어디에도 자식의 자리는 없습니다.
그는 오늘도 발 딛은 곳에 뿌리내려 주어진 환경을 즐기며 여유롭게 웃습니다. 자식을 속박하지도 않으면서, 누구에게 기대지도 않으면서도 고독과 벗하지 않고 세월을 낚는 부드러운 몸짓으로 나를 부끄럽게 합니다.
나무를 가만히 안으면, 사랑에 안달하지 않으면서도 사랑을 아는 고수의 호흡이 느껴집니다. 나는 그에게서 늘 인생을 다시 배웁니다. 그는 불변의 스승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