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의서 안주기 또는 늦게 주기.
22년간 국회 보좌관으로서 지켜 온 원칙이 있습니다. 국회의 각종 회의 질문지(대정부질문, 국정감사 질의서, 상임위 현안질의서, 예결산질의서 등)는 반드시 하루전, 아무리 늦어도 12시간 전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하는 정부부처에 전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충실하고 내용이 있는 답변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질문은 제대로된 답변을 듣기 위함입니다. 질문을 받는 상대방을 곤혹스럽게 만들거나 괴롭히기 위한 행위는 질문이 아니라 고문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주로 야당의원실에서 정부를 욕보이고자 할때, 여당의원실에서 야당출신이 기관장으로 있는 기관을 공격할 때) 정치적 목적으로 질문지를 아예 사전에 안주거나, 주더라도 회의가 열리기 직전에 주는 일이 많습니다.
이건 결코 자랑스런 태도가 아닙니다. 부끄러운 짓입니다. 대정부질문 과정에서 의원이 망신을 당하는 사건들도, 해당 의원실이 사전에 질문지를 주지 않아서 생길 확률이 높습니다. 답변자를 골탕 먹이려다 되려 망신을 자초한 꼴이 되는 것입니다. 어리석은 짓입니다.
이런 코디디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대정부질문의 경우 사전에 관련부처에 질문요지를 보내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것마저도 질문의 내용은 없이 '남북관계 경색의 원인은?' 따위와 같이 안한 만도 못한 말을 질문이랍시고 대충 적어주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건 올바른 국회의원, 보좌진의 자세가 아닙니다.
국민을 대리해 물으려면 충실하게 묻고 답변도 제대로 들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질문서를 하루전에 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예고없이 찔러서 적을 죽이는 것은 전쟁터에서나 용인되는 짓이지, 국회에서 즐길 일은 결코 아닙니다.
질문지를 미리 주지 않고 피감기관 직원들을 벌세우고 괴롭히는 보좌진도 제대로된 보좌진이 아닙니다. 권위는 그런 짓으로는 절대 서질 않습니다. 그런 야비한 짓은 자신이 모시는 국회의원도 망가뜨리고 결국에는 자신도 죽는 자충수임을 명심하세요. 아무데서나 '곤조(근성)' 부리면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