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축제가 될 순 없을까?

by 권태윤

내년 지방선거가 점점 다가오고 있습니다. 더러운 야바위판이 되기 십상인 선거를 보다 재미있게 치를 방법은 없을까요? 투표율도 팍팍 올리고 말입니다.


우리는 흔히 '신성한 권리'로 표현되는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유권자들을 비난합니다. 물론 그들은 비판받아 마땅합니다. 사실 투표권은 권리이기에 앞서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권리 주장은 가당찮은 모습입니다. 그래서 국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서 정부 잘못에 시비를 거는 모습 또한 꼴사납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의무를 포기한 ‘기권’을 행사하고서도 오히려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여기기까지 하는 ‘권리포기 유권자’들에게만 그 책임과 잘못을 몽땅 떠넘기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물음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구내식당을 개설해놓고 직원들에게 공짜식권을 나눠줘도 외면하고 밖으로 나간다면, 거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음식재료가 신선하지 않다거나, 맛이 엉망이거나, 조리사가 불결하거나, 매일같이 그 나물에 그 밥만 준다거나 하는 따위의 이유들이 있을 것이란 말입니다. 아무리 공짜라고 해도 불결한 조리사가 아무렇게나 대충대충 만들어 준다면 고맙다는 칭찬은커녕 욕설이나 듣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직업이 ‘선거출마’인지 선거 때만 되면 단골로 출마하는 이른 바 ‘그 나물에 그 밥’ 들이 변함없이 떠들고 나서고, 고만고만한 후보들이 온갖 음해와 비방으로 서로를 헐뜯는 모습만 보이는데, “그래도 차선(次善)을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공허한 외침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우리 선거가 지난 2002년의 월드컵에서 배울 점도 결국, 선거도 흥행을 위한 요소를 갖춰야 한다는 점과, 흥행을 위한 첫 번째 요소는 실력, 즉 출마자 스스로 뼈를 깎는 자성과 노력을 통해 성실히 봉사하는 모습을 현실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흥행을 위한 요소는 다양할 것입니다. 스포츠에서 선수만 열심히 한다고 해서 관중이 몰리는 것이 아니요, 작가가 훌륭한 작품을 썼다고 해서 그 책이 잘 팔리는 게 아닙니다. 좋은 내용과 ‘팔리는’ 책은 전혀 별개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흥행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가미되고, 특히 마케팅 활동이 훌륭해야 하는데 이는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전략이 구사되듯이, 선거에도 흥행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동원하자는 말입니다.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선거복권제도’입니다. 각 정당에서 일정액을 출연하거나, 개별 기업이 기부하거나, 어차피 막대한 선거관리 비용이 소요되는 만큼 선거관리 비용에서 일부를 출연해 ‘선거복권기금’을 만들고, 선거에 참여하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당첨금을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하면 투표율을 확실히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비록 염불보다 잿밥에 눈이 먼 유권자가 많겠지만, 그래도 투표율을 높여 보다 많은 유권자의 의사가 반영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한번 고려해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울러 충분한 온라인망을 바탕으로 한 투표방식도 더이상 주저할 필요가 있을까 싶습니다. 집에서 간단한 신상기록과 클릭 한번으로 투표가 가능하다면, 젊은층의 투표율은 훨씬 높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와 함께 논의해 볼 문제는,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번호에 의해 당락이 결정되는 일이 다반사인 일반적인 기초의회의원 선거를 굳이 치를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지방자치의 효과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효용성과 비용가치를 놓고 진지한 논의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굳이 선거가 필요하다면 자세한 홍보물을 제작해 배부하는 것만으로 선거운동을 제한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고 비용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입이다. 보다 많은 유권자의 뜻을 반영하기 위한 ‘투표율 높이기’ 방안은 참으로 많을 것이고, 저비용 선거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도 마찬가지로 많을 것입니다. 선거가, 우리의 정치문화와 환경을 새롭게 변화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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