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米)

by 권태윤

어릴 땐 늘 배가 고팠습니다. 쌀이 부족했습니다. 농사를 지어도 늘 배가 고팠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쌀이 너무 많아서 골치인 세상이 됐습니다.

과거보다 소비량은 줄어들었는데, 생산량은 오히려 늘었습니다.

쌀 수입으로 농가(農家) 망한다며 아우성 쳐서 지금도 보상금 받으며 쌀농사 짓습니다.

넘치도록 쌓인 재고(在庫)는 다시 국민세금 쏟아 부어서 관리합니다.

아무리 식량안보(食糧安保) 차원에서 쌀농사를 계속 지어야 한다지만,

이건 좀 지나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우리 농지(農地)가 많은 게 아닙니다. 오히려 아주 적습니다.

문제는 부족한 농지에 유독 쌀농사만 많이 짓는다는 데 있습니다.

쌀농사를 무작정 시장논리에 맡길 수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보호 육성정책으로만 떠받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쌀농사와 관련한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국가 식량안보를 위한 장기계획이 조속히 마련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지금 쌓여서 골치 아픈 쌀,

밥 굶는 사람들에게 좀 나눠주고 수해로 고통 받고 배를 곯는다는 북한주민들에게도 좀 나눠주세요.

썩고 벌레 꼬이면 쓰레기에 불과한 것이 또한 묵은 쌀입니다.

다운로드.jfif


작가의 이전글치자(治者)의 눈과 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