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길 -
어둠 속을 고요히 걸으면
어둠은 숨기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더욱 또렷하게 자신을 드러내기 위한
세심한 배려였다
침묵 속에 고요히 걸으면
침묵은 감추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더욱 뜨겁게 가슴을 열어보이려는
천둥같은 외침이었다
가슴 속 가만히 들여다 보면
상처들은 삶을 부정하고픈 눈물이 아니라
더욱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라는
단호한 명령이었다
내가 아닌 너의 소리들이
나의 등을 할퀴며 매달릴 때
새벽길의 말없한 어둠은
메마른 나의 손을 가만히 잡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