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세상

by 권태윤

의사 수 증원 논란이 결국 물거품으로 끝난 모양입니다. 의대정원을 1천명가량 늘린다고 하니 의사들이 거세게 반발했습니다. 수요자인 국민은 이리저리 살피지도 않고 의사들의 ‘제 밥그릇 지키기’라고 손가락질 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들여다봐도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모든 문제 제기는 예외로 합니다. 근본은, 하는 일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따른 차별적 보상구조에 있습니다.


꼭 필요하고 어렵고 중요한 필수의료는 돈이 안되고, 별 필요도 없거나 안해도 그만이고 그만큼 덜 힘든 非필수의료에는 오히려 떼돈이 몰립니다. 이런 왜곡된 의료보상 구조를 뜯어고치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입니다. 우리 건강보험제도는 국민의 의료비 부담 증가를 우려해 공급자의 의료 수가를 억제하는 정책에 몰두해왔습니다. 그러는 사이 비필수 의료분야는 실손보험이니 뭐니 하며 오히려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켜 왔습니다. 본말이 전도된 것입니다. 잘못된 제도가 지속되어 온 셈이지요.


결국 의사 수를 늘리는 단순 처방이 아니라, 의료환경을 지금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역(逆)설계 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마디로 더 힘들고, 중요하며, 더 필요한 의료행위에 대한 대가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덜 힘들고, 덜 중요하며, 덜 필요한 의료행위에 대한 가격을 강력하게 통제하는 방안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이건 너무 당연한 이치인데도 지금까지 왜곡된 제도를 계속해온 것은 우리 보건의료 정책당국의 잘못이 큽니다.


땀과 노력, 고생과 헌신에 대한 적절한 보상이 담보되지 않는 분야는 의료계 뿐만이 아닙니다. 농업, 어업 등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분야에 대한 헐값이 당연시됩니다. 쌀 한되 값이 커피 한 잔보다 못한 게 정상인가요? 목숨을 걸고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소방관에 대한 처우, 강제 징집되어 통제된 영역에서 국토수호 임무를 수행하는 병사, 혹사당하다시피 하는 노동량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을 겨우 받거나 그것도 제대로 못받는 청소노동자... 우리 주변에는 수없이 많은 직종의 곳곳에서 피와 땀을 흘리지만 헐값을 강요당하며 외면받고 무시당하고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갈수록 세상의 많은 부분이 거꾸로 돌아간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꼭 필요한 물질과 일은 헐값 취급을 받고, 별로 필요없는 물질과 일은 떼돈을 받습니다. 물, 공기만 봐도 그렇습니다. 음식(식량)과 금덩어리를 비교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정작 중요하고 필요한 것들은 홀대받고, 없어도 그만인 것들이 우대받습니다.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저임금에 시달리고, 입으로 먹고 사는 자들이 떼돈을 법니다. 당장 뒤엎어야 할 이상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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