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차등보수제’ 도입 필요

by 권태윤

우리 국회와, 정치인을 바라보는 국민의 심정이 분노를 넘어 절망에 이른지 오래입니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여전히 스스로 개혁할 의지도 보여주지 않고 무책임한 폭로와 욕설, 당리당략에 따른 저질 비방과 제식구 감싸기를 계속하며 정치권에 대한 혐오감만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는 정말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것인지 답답합니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흔히 “정치인은 전부 도둑놈이요 협잡꾼”이라며 한 묶음으로 비난하기 일쑤지만, 그래도 그 속에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국민을 위한 정책개발과 입법 활동에 힘을 쏟는 의원들의 활동상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저질 정치인의 오물 속에 함께 파묻혀 버리는 이유는, 우리 언론이 이들보다는 자극적인 폭로와 비방을 일삼는 의원들에게만 지나친 관심을 보이는 까닭입니다. 그것이 물론 신문을 더 많이 팔아먹으려는 상업주의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정치인이 인기를 먹고사는 ‘사실상의 연예인’이라지만, 특히 우리 정치에 있어서는 그 정도가 지나칩니다. 게다가 그 ‘인기’라는 것도 긍정적 의미의 인기가 아니라, 누가 더 자극적인 소재로 언론의 눈길을 끌어 더 자주 대중 앞에 얼굴을 내미는가에 따라 측정되는 부정적 인기이기에 더욱 문제입니다. 그러니 정치인들이 국정감사 때만 되면 정책연구나 행정부 감시보다는, 어떻게 하면 한 건을 터뜨려 언론의 조명을 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하다못해 가끔씩 지구당에서 걸려오는 지역주민의 전화도 “의원님 요새 언론에 얼굴도 안보이던데 무슨 일을 하기는 하느냐?”는 것이 많습니다. 언론에 얼굴이 자주 안보이면 능력 없는 의원으로 낙인이 찍혀버리니 무슨 수를 쓰던지 자주 언론에 얼굴을 내밀어야 할 판입니다. 그러니 의원은 물론이고 정책을 연구하고 개발해야할 보좌진 까지 기자들 수발이나 들며 비위 맞추는데 아까운 시간을 허비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권언(勸言)유착의 출발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이러다 보니, 국회의 꽃이라 할 국정감사나 대정부 질문이 저질 폭로와 비방의 장으로 변해 결국 국회가 시도 때도 없이 공전되는 악순환을 낳고, 상임위 회의장이 ‘느닷없이 볏단을 들고 들어와 카메라를 향해 흔들어 대는’ 사례와 같은 삼류 코미디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국회의원들에 대한 ‘차등보수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놀고먹는 의원이나 밤을 새워가며 일하는 의원이 동일한 보수를 받는다는 것은 너무도 불공평하고, 의원으로서 해놓은 일도 없는 사람이 의정 성과가 아니라 돈과 조직력만으로 계속 국회에 머물며 힘 있는 정치인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크나큰 낭비입니다.


정치권이 자신들에 대한 차등보수제를 실시하지 못할 아무런 이유도 명분도 없을 것입니다. 일한 만큼 보수와 지원을 받도록 하는 것은, 특권층으로 분류되는 우리 국회의원들이 그토록 찬미하는 ‘자본주의’에 너무도 부합하는 제도이니 이를 반대한다는 것은 스스로 경쟁시스템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를 정면으로 거부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수많은 대기업들이 부침을 거듭하는 변화시대에서 GE라는 공룡조직을 혁신했던 故 잭 웰치(Jeck Welch) 前회장은, “회사는 능력 있는 사람을 키우고, 그러면 그 능력 있는 사람이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는 당연한 신념을 실천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특히 조직의 건강도를 측정하는 ‘활력곡선(vitality curve)’을 비롯해 다양하고 공정한 인재평가 방법을 통해 능력이 떨어지는 하위 10%(C급)는 가차 없이 해고했습니다.


우리 국회에도 이와 같은 경쟁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할 이유가 없으며, 질 좋은 정치서비스를 받아야 할 고객으로서는 너무도 당연한 요구입니다. 물론 이를 위해 먼저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방법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사실 계량적으로 능력을 측정하기 어려운 교육계와는 달리 국회는 가시적으로 비교될 수 있는 평가항목이 무궁무진합니다.


‘차별보수제’의 중심은 말 그대로 확실하고도 분명한 ‘차별보상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습니다. 평가 성적이 좋은 의원은 그에 상응하는 세비(歲費)를 지급하고, 반면 월별 평가를 통해 성적이 3개월 이상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진 의원은 ‘3진 아웃제’를 적용해 의원직을 박탈해야 합니다. 의원직 박탈에 따른 의정공백과 잦은 보궐선거로 인한 국고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차점 낙선자로 하여금 의원직을 즉시 승계할 수 있게 하면 될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자연스럽게 정책경쟁을 유발시킬 수 있고, 놀고먹는 의원은 속아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차점자가 보궐선거 없이 의원직을 승계하게 되면 선거에서의 과열경쟁을 일정부분 완화시키는 효과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성적이 우수한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더욱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前 경희대 국제지역학부 김민전 교수가 “민주주의 공고화를 위한 국회개혁”이란 제목의 논문에서 국회개혁을 위해 제안한, ‘현행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의 의원 개인지급 전환’이 지금이라도 전향적으로 검토되어야 합니다. 당시 김 교수의 주장처럼, 어차피 정당에 대한 국고보조금이 당과 대표에 의한 소속의원 통제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게 현실인 만큼, 이를 일 잘하는 의원 개개인에게 지급한다면, 당과 대표의 눈치를 살피는 의원이 아니라, 국민의 시선을 의식하는 의원으로 거듭나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국회의원에 대한 차등보수제는 이처럼 일하는 국회상 정립은 물론, 성실하게 일하는 인재의 충원이 용이하게 되므로 자연스럽게 정치권 물갈이를 기대할 수 있고, 과도한 정치자금을 낭비하게 만드는 현재의 소모적 지구당 조직관리 시스템을 생산적 정책연구 시스템으로 재편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그것이 제도개혁으로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스스로 ‘개혁대상’으로 전락한 국회의원들에게만 의지해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정치소비자이자 주체인 국민 스스로가 뜻을 모아 다양한 제도개혁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전방위 압력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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