落詩(낙서 또는 詩) - 93

by 권태윤

어느 겨울밤 -


어둠을 따라 집 나갔던 아이들

그림자처럼 조용히 문틈 디밀고 들어와

덜 마른 빨래처럼 널브러지면


세월의 앞치마 두른 어미만

익숙한 기계처럼 분주히 부엌을 오가고

배 나온 사내는

하릴없이 이방저방 기웃거린다


우리는 한때

얼마나 뜨겁고 요란했던가


먼지 쌓인 가방을 열어

고약한 어둠들을

꾹꾹 눌러 담아본다


창틈 사이로 깡마른 바람의

비명같은 울음소리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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