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흐름

by 권태윤

30여년 만에 우연히 대학동기 둘을 만났습니다.

하나는 작년에 정년이 되었다고 하고, 하나는 아직 1년 남았다고 합니다.

뽀송뽀송한 어린애 같던 아이들이 각각 스물 셋, 서른 하나 서른 둘 되는 딸 셋을 둔 어미,

서른 셋, 서른여섯 아들 둘을 둔 어미가 되어 있습니다.


함 진 친구들과 처가 대문앞에서 호기롭게 대문을 두드리던 일이 엇그제 같습니다.

그때 아들 둘, 딸 여섯을 둔 장인은 50대 중반이셨습니다.

그 사이 장모님 세상 떠나시고, 장인도 허리가 불편해 힘들어 하시다 80대 후반인 올해 돌아가셨습니다.


돌아보면 인생살이란 것은 참으로 허망하고 허망합니다.

점심시간 창밖 눈 비슷한 것이 내리는 광경을 보는 한때의 나른함이 좋습니다.

산다는 일은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의 공간을 걷는 여행입니다.


연금공단에서 교육을 안내하는 카톡이 왔습니다.

갈수록 흐려지는 시력 사이로 뽀얀 눈이 이리저리 흔들리며 쌓입니다.

처연하고 아름다운 순간입니다.

아직 세상을 위해 하고 싶은 일들이 많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늘 불안을 벗하여 살아왔습니다.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그 불안 사이에도 틈이 생깁니다.

드나드는 바람처럼 우리의 호흡은 갈수록 차분해집니다.

올해도 고작 한 달 남짓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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