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그냥 걷는 일

by 권태윤

1만 보를 걸으면 100원을 적립해주는 앱이 있는 모양입니다.

아내가 그렇게 모은 돈으로 치킨 두 마리를 쐈습니다.

4만7천 원짜리 치킨이니 몇 만보를 걸은 것일까요.

그동안 그렇게 걸어서 모은 돈으로 막둥이에게 햄버거도 종종 사줬다고 합니다.

사내란 것은 쥐뿔도 없으면서 밖에서 비싼 술밥에 흥청망청이어도

집구석이 온전한 게 모두 아내의 노력 덕분입니다.


낡은 중고차 여러 대를 타던 끝에 2007년에 인생 처음으로 새차를 샀습니다.

17년을 탄 그 차는 딱 16만 킬로미터를 탔는데,

소음이 조금 거센 것 빼고는 ‘너무’ 말짱합니다.

차를 바꿔달란 소리를 하다가 욕만 먹었었습니다.

남은 내 인생을 이 차로 마감할 모양인줄 알았습니다. 작년에 새 차를 장만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삶은 항상 비루하고 초라하니 모두 내 탓입니다.

그동안 아내 말 들었으면 재산을 좀 모았을지 모릅니다.

단 한 번도 마누라 말을 듣지 않아 이 모양으로 삽니다.^^


넷플릭스 시리즈 <우리의 우주>를 봤습니다.

거기에 우리 인간의 미래가 들어있습니다.

우주의 원소로 이루어진 우리는 우주와 함께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

생명을 가진 지구상 모든 존재는 쉼 없이 에너지를 모으고, 쉴새없이 그 에너지를 소비하다가,

어느 순간 그 모든 활동이 중지됩니다.


우리는 거대한 시간 속에서 너무도 짧고 허무하게 사라지는 존재일 뿐입니다.

그저 지금을 온전하게, 더 인간답게 살면 그뿐.

시간의 지평선 위에서 모든 인간의 삶과 죽음이, 그렇게 차별 없이 왔다가 갑니다.

오늘도 아내는 1만8천보를 걸었고, 나는 6천보를 걸었습니다.


시간은 지금도 무섭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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