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0일, 윤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가 열렸습니다. 참석한 국방부 측 인사들은 대부분 현역이었습니다. 군복 입은 그들에게서 당당한 모습을 기대했던 바람은 시작과 동시에 산산조각났습니다. 구구절절 변명과 책임회피로 일관하는 장군들의 모습을 보면서, 10.26사태 당시 박흥주 대령의 모습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박흥주 대령은 육사 18기로 10.26사태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수행비서관이었습니다. 합동수사본부 진술서에 의하면, 그는 10.26사태를 당일 저녁 7시에 알았다고 합니다. 김재규의 일방적인 통보였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군사재판을 받으면서 구질구질 변명을 늘어놓지 않았습니다.
“급박한 상황에서 상관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상명하복이라는 군인의 본능에 충실했다. 더 이상의 언급은 구차한 변명이다.”
사형 선고를 받는 순간에도 그는 꼿꼿하게 군인의 자세를 유지했습니다. 生을 마감하는 자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고개를 들고 ‘대한민국 만세, 대한육군 만세’를 외치며 총살형 당했습니다. 비극적이지만 장엄한 최후였습니다.
그날 국방위에 출석한 장군들은, 박흥주 대령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보신에만 급급해 장황한 변명으로 일관했습니다. 더러 눈물까지 흘리는 일부 장성도 있었습니다. 30년 이상이나 되는 후배들의 이런 너절한 모습을 보면서, 박흥주 대령은 지하에서 과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당시는 사형이 집행되는 엄혹한 시기였습니다. 박흥주 대령은 자신의 선택에 단 한순간도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의연한 군인의 자세를 선택했습니다. 30년 이상의 세월을 지나오면서, 우리 軍의 장성들은 그만큼 더 단단해졌을까요?
사형제는 폐지되지 않았지만, 지금의 대한민국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그날의 장성들은 사시나무 떨듯 두려움을 드러내며 변명에만 급급했습니다. 정작 자신들이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다는 의미입니다. 쉼 없이 눈동자를 굴리며 변명꺼리를 궁리하는 장성을 온 장병들이 지켜봤습니다. 참으로 수치스럽고 절망적이었습니다.
사형 직전, 박흥주 대령은 ‘우리 조국 대한민국은 희망있는 국가’라는 글을 유서로 남겼습니다. 핵심 군사기밀까지도 서슴없이 줄줄 늘어놓는 지금의 장군들을 보며, 그는 지하에서도 한탄하고 있을 것이 분명합니다. 박 대령이 이승과 작별한 지 40여 년이 흘렀지만, 군인정신은 더욱 퇴보한 지금의 장군들을 보며, 과연 이들이 정말 대한민국을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지 깊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죽더라도 장군답게 죽어야 합니다. 그렇게 못한다면 허접한 ‘똥별’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軍과 안보를 걱정한다면, 정말 더 이상 이런 허접한 행태가 반복되어선 안됩니다.
재판도 서서히 마무리되어 갑니다. 우리 대한민국 군인이 군인다운 군인, 군대다운 군대가 되길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