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중독자(權力中毒者)들

by 권태윤

숱한 정치인, 고위 관료, 기업의 수장 등등의 고압적 자세, 안하무인식 언행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워낙 잦은 선거 탓도 있겠지만, 요즘 주위에서 ‘권력’에 중독된 사람들을 유독 많이 보게 됩니다. 현재 권력을 누리는 사람이나, 권력을 누리려고 하는 사람들 할 것 없이 권력에 중독된 사람들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입으로야 나라를 들먹이고 주민을 앞세우지만, 일신의 영달과 권력의지를 뺀 실체는 과연 어떨까요.


임기 중반에 느닷없이 지방행정의 수장이 되겠다며 국회의원직 때려치우고 출마해 보좌진을 실업자 만드는 사람, 대통령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연고도 없는 곳에 출마해 해당지역 주민을 아연 실색케 하는 사람, 대선후보 경선 떨어지고 곧바로 무연고 지역 도지사 하겠다며 달려들었던 사람들, 고작 두어 달 만에 국회의원 2곳, 광역단체장 1곳에 각각 출마를 시도하거나 경선에 나서며 ‘공천쇼핑’에 나선 어떤 전직 국회의원 따위의 행태를 하나로 설명하는 단어가 과연 무엇이 있을까요.


어디 정치인들 뿐인가요.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가 대선후보 캠프에 기웃거려 온갖 망신을 자초하고서라도 장관직을 챙기고, 대통령실에 한 자리 차지하는 것, 감시자인 언론인의 경력을 팔아 권력에 빌붙는 행태, 각종 선거판에 기웃거리며 뭐라도 하나 얻거나 연줄을 만들어보려는 선거꾼들 따위는 하나같이 ‘권력중독자’라는 단어로 설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독’은 신체적 중독(Intoxication/Poisoning)과 정신적, 의존적 중독(Addiction)으로 나뉩니다. 하지만 권력중독자들의 행태를 신체와 정신으로 분리해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우리 국어사전은 중독(中毒)을 1. 생체가 음식물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하여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일. 2.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3.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로 풀이합니다.


‘권력중독’은 마치 마약중독과 유사합니다. ‘그것(권력)’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말입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권력 공백기를 견뎌낼 수 있지만, 중독된 상태라면 그 기간을 견디지 못해 끊임없이 이런저런 선거에 매달리고 집착합니다. 남들 눈에는 그게 지나치다는 것이 보이지만, 당사자는 결코 알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권력에는 왜 중독성이 있는걸까요.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정치인이건 행정가이건 그것이 좋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걸까요. 고되고 힘들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헌법과 법률이 명령하는 의무를 제대로 수행한다면, 어공이건 늘공이건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워야 합니다. 그런 고통 속에서 보람을 찾아야 합니다. 공직을 고통스런 형벌처럼 여기며 일하지 않는 자들이 나라를 말아먹는 셈입니다.


우리 정치가 오늘 이 모양이 된 것도, 우리 행정이 오늘날처럼 무책임과 무능으로 흔들리는 것도, 우리 대학이 학문의 전당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 하는 것도 모두 다 무거운 짐을 진 자로서의 소명의식(召命意識)이 아니라, 권력이라는 꿀단지를 껴안은 탐욕의 향유 정도로 여기기 때문에 초래된 현상이 아닐까요.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한 온갖 성추행, 성폭력, 가해자 감싸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등도 ‘권력중독자’들이 보여주는 추악한 얼굴입니다.


중독을 끊어내려면 ‘그것(권력)’이 얼마나 가혹하고 무거운 짐, 쓰디쓴 독약을 삼키는 일과 같다는 것을 제대로 체험하게 해줘야 합니다. 지난 대통령의 “구두 밑바닥이 닳도록 일하라”는 말처럼,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제대로 일하도록 해야만 합니다. 우리 국회의원들이, 우리 자치단체장들이 하루라도 빨리 도망가고 싶을 정도로 과중한 업무를 경험해본 적이 하룬들 있었을까요? 그러니 너도나도 단꿀 맛에만 미혹되어 정신줄을 놓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데이비드 L 와이너의 책 <권력중독자들>은 극단적인 권력중독자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그들은 만만하다고 생각되는 상대에게는 언제나 거만하고 위협적인 태도를 보인다. 아침식사 때는 자식들을, 회사에서는 부하직원과 동료들을, 식당에서는 웨이터를, 물건을 팔기 위해 찾아오는 영업사원들을 그리고 택시 운전사를 신나게 모욕하고 짓밟은 후 저녁에 퇴근해서도 기운이 남아돌면 배우자를 괴롭힌다.』


우리 국회, 고위공직자, 기업수장과 고위 임원 등의 모습에서 익히 봐온 모습들입니다. 이젠 달라져야만 합니다. 다르게 만들어야만 합니다. 가혹하리만치의 채찍질과 자정(自淨) 노력을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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