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국가(正常國家)로 가는 길

by 권태윤

정책과 제도의 기본방향을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하라


우리나라 정책들은 대부분 수요자가 아니라 공급자 중심으로 짜여 있습니다. 한마디로 본(本)과 말(末)이 거꾸로 되어 있는 셈입니다. 이 틀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사회적 갈등은 오히려 더욱 거세지고 문제해결도 더욱 어려워집니다. 몇 가지만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택시 문제가 있습니다. 해마다 아우성입니다. 공급자인 법인택시 사업자나 개인택시 사업자들 모두 불만입니다. 그러나 택시 문제의 핵심은 공급과잉입니다. 공급이 수요를 넘어서면 저임금과 질 낮은 서비스는 개선될 수가 없습니다. 세금을 들여서 택시감차 사업을 해도 효과도 없고 그나마도 시늉뿐입니다. 사용자인 승객 중심으로 택시 정책을 모두 전환해야 합니다. 1865년 영국에서 마차(馬車)산업 보호를 위해 자동차가 붉은 깃발을 꽂은 마차를 뒤따르게 해 마차보다 빨리 달릴 수 없게 한 ‘붉은 깃발법’처럼, 관광 이외의 용도로 렌터카 기사 알선을 금지해 타다 운행을 불가능하게 한 것도 전형적인 공급자 위주 폭거입니다. 수요자인 승객은 택시 사업자나 기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존재하는 호구가 아닙니니다.


공인중개사 문제도 있습니다. 공급자인 공인중개사를 위해 수요자인 고객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니다. 집을 사거나 팔거나, 전세를 구하거나 하는 수요자를 돕기 위해 공급자인 공인중개사가 존재합니다. 지금 공인중개사 역시 공급과잉 상태입니다. 지역별로 소득도 천차만별입니다. 장롱면허가 부지기수입니다. 그런데 정책은 온통 공급자에게 휘둘립니다. 온라인 거래에 대한 반발에 정부가 쩔쩔맵니다. 그러나 수요자 편익이 높은 온라인 기반 부동산 거래 사업모델은 더욱 장려되는 것이 옳습니다.


비슷한 선상에 비대면 의료계의 원격 온라인 비대면 진료가 있습니다. 공급자인 의료계의 강력한 반발로 진척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全세계적으로 비대면 원격진료가 급속히 확산되었지만, 우리 의료계의 반발은 여전합니다. 생각을 바꿔 시대의 흐름을 수용하지 않으면 공급자인 의료계 역시 생존할 수 없습니다.


보건의료계의 인력수급 문제도 공급자인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서비스 이용자인 수요자의 권리를 넘어섭니다. 넘치면 줄이고, 모자라면 채워서 수요자가 불편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보건의료 인력관리 정책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요자가 아닌 공급자의 눈치를 보며 쩔쩔맵니다. 주택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LH(토지주택공사)나 각 자치단체의 주택, 도시개발공사 등 공공기관들도 집을 임대하는 수요자를 별로 고려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숫자 맞추기에 급급해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도 아닌 엉뚱한 곳에 집을 짓습니다. 매입임대주택 역시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도 사들여 임대도 못하고 공실로 방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렇게 하니 수요자인 서민의 불만은 당연히 커집니다. 해마다 이런 멍청한 주택공급 방식을 고집합니다.


지난 문재인 정부의 ‘안전속도 5030’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보조 간선도로는 사람이 다니라고 만들고 포장해놓은 시설물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것을 아예 도로 자체의 이동속도를 제한하는 원시적 방식으로 규제합니다. 수요자인 자동차 이용자들을 아예 무시하는 행태입니다. 서울시만 해도 전체 도로총연장 8,296km 중 자동차 전용도로 197km를 제외한 8,098km가 ‘안전속도 5030’ 적용을 받았습니다.

이건 그냥 멍청한 제도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운영 시스템을 개선해야지 속도 자체를 일률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은 무지막지한 것입니다. 안전만 생각한다면 도로포장 다 걷어내고 울퉁불퉁한 비포장길 시대로 돌아가면 됩니다. 극단적 비유겠지만, 엄청난 혈세를 들여 도로를 포장하고 관리하면서 시골길 경운기 속도보다 못한 5030을 제도화 하고 벌금을 부과하는 행태는 그야말로 공급자 위주의 반지성적 폭거입니다. 시간대와 요일 등등 교통 상황에 맞게 자율적으로 운행하게 하고 사고 등 책임에 대해서는 가혹하리만치 엄격하게 처벌하는 방식으로 가는 것이 정상입니다. 도로의 본래 목적과 기능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신호등 체계 역시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합니다.


어디 이뿐인가요.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기업과 소속 근로자는 공급자입니다. 그런데 어찌된 것인지 이들 공급자가 툭하면 파업 등등으로 수요자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불편을 줍나다. 주택건설공사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급자인 사업주, 시행자, 근로자들에 의한 불법행위가 도를 넘습니다. 보다 안전한 주택을 원하는 주택수요자의 요구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민간만 이런 것이 아닙니다. 공급자인 정부 역시 멋대로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수요자인 국민을 괴롭히고, 국회 다수당도 숫자를 내세워 엉터리 날림법안을 마구잡이식으로 만들어서 국민에게 고통을 주고 나라를 망가뜨립니다. 이러니 어느 한 곳인들 온전할 리가 없습니다.

‘정상국가(正常國家)’를 만드는 일의 거의 전부는, 공급자가 아니라 철저하게 수요자 중심으로 모든 정책을 전환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지성(知性)이니 자유(自由)니 하는 것들은 비정상을 정상으로 만들라는 정신입니다. 새정부나 국회, 그리고 민간의 공급자 모두가 명심하고 실천했으면 하는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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