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국민에게 큰 흥(興)을 선물했습니다. 정치 때문에 국민 가슴 속에 쌓인 화를 풀어준 일등 공신이 ‘손(Son)세이셔널’입니다. 그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기록했다는 ‘결과’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가 축구선수로 걸어오는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들에서 우리가 배울 점이 많기 때문입니다. 특히 국민에게 화(和)가 아니라, 화(禍)만 안겨주는 우리 정치인과 무기력한 공직사회에 던지는 의미가 간단치 않습니다.
손흥민 선수에게 배워야 할 점이 참 많지만, 세 가지만 거론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치열한 노력과 전문성 쌓기입니다. 하루에 1천 번의 슈팅을 연습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해보면 방안에 드러누워 발바닥 천 번 두드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안 하면 안 된다는 절박감, 목표를 향한 굳센 의지는 기본입니다. 특정 분야에서 일가(一家)를 이루기란 참 어렵습니다. 쉼 없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의 끈기와 노력, 시간이 필요핮니다. 언젠가 70대후반 전직공무원 한 분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공직생활 전체를 ‘하천(河川)’ 관련 업무만 해왔다고 합니다. 수십 년간의 공무원 생활을 통해 국가 하천 관련 정책과 법령에 정통했습니다. 80이 가까운 지금도 하천 관련 법령의 개정의견을 만들어 메일로 보내오고 국회를 직접 드나들기도 합니다. 전문가의 열정과 지식의 깊이, 자부심에 경외감이 절로 듭니다. 지금 우리 국회의원과 공무원의 모습은 과연 어떤가요.
국회의원은 상임위를 자주 옮겨 다닙니다. 자기 전문성과 상관도 없는 곳으로 별 고민 없이 그냥 갑니다. 무소속은 원내 다수당이 골라가고 남은 상임위에 국회의장이 강제 배정을 해버립니다. 개별의원의 전문성 따위를 묻는 과정도 없습니다. 그냥 보냅니다. 어떤 국회의원은 자신이 5선을 하면서 안 거쳐 본 상임위가 없다고 자랑합니다. 그게 자랑할 일인가요? 그런데 그게 자랑이 되는 게 국회입니다. 우리 국회의 수준이 낮은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닙니다.
예를 들어 한 상임위에서 5선을 해 20년간 활동한 의원이 있다면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국회에 들어오기 전 자기 전문분야와 연결되어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이런 국회의원이 많아야 공무원이 국회를 우습게 여기지 않고 보고서 한 장, 발언 한마디도 공부해서 준비합니다. 공무원은 어떤가요. 수시로 부서가 바뀝니다. 그러니 과장, 국장이 되어도 자기 업무를 제대로 모릅니다. 찾아가는 민원인, 민간기업도 환장할 노릇입니다. 1년 넘도록 찾아다니며 문제를 호소해 대책을 만들었는데 느닷없이 담당업무를 하는 공무원이 바뀝니다. 뭘 모르는 새로운 담당자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민간 입장에서는 미치고 폴짝 뛸 지경입니다.
한 상임위에 뼈를 묻는 정치인, 한 부서에 평생 봉직하는 공무원이 많아져야 합니다. 열 개, 스무 개 상임위 거친 정치인 보다, 평생 한 분야 연구에만 매달려 온 과학자가 더 훌륭한 리더가 될 수 없다고 단정할 수 있나요. 평생 죄인을 수사해 벌주던 검찰공무원이 대통령이 된 세상입니다. 순환제도를 활용해야 부정청탁이나 각종 인허가로 인한 사건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가 있다는 주장은 본말전도(本末顚倒)입니다. 공직자 순환보직제도는,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반드시 제도개선이 돼야 합니다.
둘째, 잘난 혼자가 아닌, 팀의 힘을 새삼 인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동료와 팀의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은 절로 겸손해집니다. 자기 혼자 잘난 척하며 동료의 땀을 무시하는 팀은 결코 성공하는 팀이 될 수 없습니다. 대통령 혼자 잘나서 국무위원들, 정치인들 무시하면 성공적 국정운영을 할 수 없습니다. 국회의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정파의 우두머리 노릇을 자청하는 국회의장이 국회를 제대로 이끌 수 있을까요. 근로자의 땀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경영자가 기업의 성장과 노사화합을 견인할 수 있을까요. ‘잘난’ 손흥민은 ‘잘난’ 티를 내지 않고 동료와 팀을 앞세움으로써 저절로 ‘잘난’ 선수의 자리에 도달했습니다. 상대 당을 국가발전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는 정당, 자신의 승진만을 위해 부하직원의 땀과 공을 홀로 가로채는 공직사회라면 더이상 볼 것도 없습니다.
끝으로, 승리를 위한 룰(rule) 지키기를 명심하라는 것입니다. 과거 군대 있을 때 자주 축구를 했습니다. 그런데 말은 공을 차는 축구(蹴球)인데 실제로는 상대 선수의 정강이 따위를 걷어차는 축인(蹴人)이 난무했습니다. 공은 앞에 있는데 돌아서서 뒤에 있는 상대편을 걷어차는 반칙이 권장되는 야만적 축인, 그게 소위 ‘군대 축구’였습니다. 상대 선수를 많이, 더 아프게 걷어찰수록 고참 병장이나 장교가 칭찬을 해줬습니다. 이런 축구가 그때 그 시절 그 군대 말고 통할 곳이 어디에 있을까요? 축구를 비롯한 스포츠는 룰을 준수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룰을 어기는 선수는 당연히 퇴장당합니다. 우리 정당은 어떤가요. 룰을 어긴 자를 향해 도리어 박수 치고 잘했다며 어깨를 두드려줍니다. 한마디로 기본도 안된 야만적 정당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이러니 국민도 손가락질하고, 길 가던 유기견도 비웃으며 국회 담벼락에 오줌을 싼다고 합니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들도 룰을 준수해야 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그런데 권부(權府)에 있던 ‘어공’들의 부동산이나 자녀 입시관련 내로남불 행태, 자신들만 아는 정보를 이용해 자신들만 치부하는 타락한 몇몇 공기업 임직원들의 행태를 보십시오.
국가가 발전하고, 국민이 풍요로운 나라를 만드는 길은 의외로 쉽습니다. 정치인과 공무원이 위국헌신(爲國獻身)하겠다는 정신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면 되는 것입니다. 기본에 충실하고, 올바른 목표를 위해 정진하며, 자신이 한 분야의 최고가 되어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일하겠다는 마음이면 되는 것입니다. 우리 정치와 공직사회가 배울 것은 오직 하나입니다, 대대국국장장공공(大大國國長長公公). 대통령은 대통령답고,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답고, 장관은 장관다우며, 공무원은 공무원다우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