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으로 남의 주거를 침입해 강도짓 하려다 제압당한 가해자가,
도리어 자신을 제압한 피해자를 고소했다고 합니다. 참 어처구니 없는 모습입니다.
형법 제21조에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 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벌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하지만 '정당방위'와 '과잉방어'를 구분해 판단하는 수사당국의 지침과 사법기관의 양형이 기본적으로 일관성이 없고, 예방적 방위를 정당화 하는 행정 및 사법적 조치와도 모순됩니다.
우선, 경찰 수사단계에서 '정당방위 처리지침'은 8가지 라고 합니다.
1) 방어행위여야 합니다.
2) 상대방에게 도발해서는 안됩니다.
3) 먼저 폭력을 행사해서는 안됩니다.4) 가해자보다 심한 폭력은 안됩니다.
5)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해서는 안됩니다.6) 상대가 폭력을 그친뒤 폭력을 행사하면 안됩니다.
7) 상대방 피해가 본인보다 커서는 안됩니다.
8) 전치4주 초과 상해이면 안됩니다.
뭐 이따위 지침이 다 있나 싶습니다. 이런 지침을 따르자면, 가해자가 칼을 들고 찌르려고 할때 그를 먼저 공격해 제압하면 안됩니다(1, 2, 3). 가해자가 휘두른 칼에 한번 찔렸을때 그 칼을 빼앗아 두번 찌르면 안됩니다(4, 5). 가해자에게 이제 그만 찌를 것인지 물어봤을때 그만 찌른다고 할 경우에는 가해자를 찌르면 안됩니다. 계속 찌를 것이냐고 물어봤는데 "그렇다"고 해야 피해자도 가해자를 찌를 수 있습니다(6). 피해자인 나의 피해정도를 살펴보고 가해자가 나보다 덜한 피해를 입도록 대응해야 합니다(7). 피해자가 전치 10주의 상해를 입어도 가해자에게 전치4주 이상의 대응을 해서는 안됩니다(8)
이게 말이 되나요?
더 큰 모순은 많은 사법적 판단이나 행정조치에 있어서 과잉방어를 판단하는 것과 비교해 일관성이 없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먼저 폭력을 행사하면 안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행정부나 사법부는 왜 앞으로 일어날 수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성범죄를 예상해 '먼저' 전자발찌를 부착하고, 어린이집에 왜 '먼저' CCTV를 설치할 것을 강제하는가요. 과잉방어의 논리를 이 부분에 적용하면, 그 어떤 범죄예방적 조치도 '과잉'이 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사회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중심의 사고에 빠져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온갖 악행을 저지른 일제의 편에 서서, 피해를 당한 민족의 무장 항일운동을 테러로 규정해 처벌하는 매국적 행위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나는 알수 없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피해자의 방어행위에 있어서 '과잉'이란 판단 자체가 용납되어서는 안됩니다. 피해자가 느낀 공포와 고통은 피해당사자 만의 것입니다. 그것을 수사나 사법당국이 '과잉' 운운하며 판단하거나 처벌할 권리는 누가 부여한 것인가요. 게다가 피해자가 입은 고통은 수사나 사법당국이 미리 예방하거나, 결코 원상복구를 해주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만약, 야밤에 경찰관, 검사, 판사의 가족 앞에 칼을 든 강도가 나타났다고 합시다. 흉기를 휘두르며 생명에 위협을 가할 때에, "나는 방어만 해야지", "강도에게 먼저 폭력을 행사하지 말아야지", "강도보다 심한 폭력은 사용하지 말아야지", "강도는 칼을 들었지만 나는 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말고 파리채를 사용해야지", "강도가 찌르는 것을 그친 뒤에는 폭력을 행사하지 말아야지", "강도보다 내가 더 피해를 입고, 강도에게 전치4주 이상의 상해를 입히지는 말아야지" 라고 할 자가 과연 한명이라도 있겠습니까?
따라서 피해자의 입장에서 보면 '과잉방어'라는 개념 자체가 성립될수 없는 것입니다. 나와 가족의 안녕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면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응징할수 있어야 하고, 그런 방어행위에 대해서는 피해자에게 어떤 사법적 조치와 판단도 해서는 안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일례로 야밤에 칼을 든 강도가 집에 들어와 가족을 위협할땐 야구방망이건 칼이건 무엇이건 이용해 강도를 죽인들 무죄로 판단하는 사법시스템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미국은 자신이 소유한 집 토지 승용차에 침입한 경우 침입자에 위해를 가하더라도 기소되지 않는다는 '캐슬 독트린'법과, 공공장소에서 위협을 느꼈을 경우 선제 공격해도 된다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모든 범죄예방적 조치가 허용되는 상황에서, 피해자의 예방적 대응행위에도 어떠한 한계와 범위도 두지 않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