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by 권태윤

막내 동생이 다섯 살이었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몇 년이 지나 학교 갈 나이가 되었는데도 학교 오란 얘기가 없었습니다. 큰형님이 동사무소에 가서 알아보니 출생 신고가 안 되어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이 세상에 없는 녀석이었던 셈입니다.


부랴부랴 큰형님이 법원에 가서 그때 돈으로 20여만 원을 내고 출생 신고를 할 수 있었고 막내는 학교에 갈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어머니로부터 들은 내용은 “자식이 많아 너희 아버지가 동사무소에 신고하기가 부끄러워 미루다 잊어버린 모양”이라는 것. 동사무소 출생등록 담당이 아버지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그 막내 동생이 올해로 51살이 되었습니다. 아들 둘을 두고 잘 살고 있습니다. 세월 참 바람과 같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출생 신고가 대부분 늦었습니다. 지금은 돌아가신 바로 위 형님도 2년이 늦었고, 나는 1년이 늦었습니다. 과거에는 신고가 1, 2년 늦으면 정정을 통해 나이를 바로 잡았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가급적 한 해라도 더 오래 일하기 위해 일부러 정정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만 나이로 통일되면서 원치 않게 한 두 살 젊어졌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립니다.


요즘도 사내끼리는 대부분 나이를 솔직하게 밝히지 않습니다. 출생 신고가 늦게 된 사람은 괜히 나이 어린 사람이 맞먹자고 나올까 봐 그렇답니다. 첨 보는 사이인데도 나이를 들이밀며 곧바로 반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런 꼴을 안 당하기 위해서도 진짜 나이를 이야기하길 주저하게 되는 모양입니다.


어쨌거나, 인생살이 참 짧고 허망한 것입니다. 살아보니 그렇습니다.


어젠 고등학교 졸업하고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고교 동창을 만났습니다. 행사가 있어 왔다는 그는, 육사를 졸업하고 군에서만 38년간 일했다고 합니다. 육군 준장으로 예편하여 다시 합참 연구위원으로 2년가량 일하게 되었답니다. 피 끓던 청년의 모습만 기억하다 환갑이 된 흰머리 동창을 보니 벼라 별 생각이 다 듭니다. 공부를 많이 해서 박사학위도 있고 대학교 강의도 여러 곳 나가는 모양입니다.


나이가 들어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참 보기 좋습니다. 새로운 일을 준비하고 도전하는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어떻게 살아야 갈 것인지를 새삼 깊이 고민할 나이가 되었습니다. 육체가 노화의 길을 재촉해도 마음은 노화를 거부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부끄럽지 않게 육체와 마음을 조화롭게 유지하며 살다 가야겠단 생각을 해봅니다. 마음의 나이는 단지 시간의 눈금일 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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