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
좋게 들리지만, 이 말이 참 웃기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말은 “모든 영광도 내게 있다.”는 의미 또한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마치 왕조시대 황제나 임금들이 하던 말과 같습니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이 복잡하고 많은 일들이 일어나는 오늘날 대통령에겐 특히 이런 말이 어울리지 않습니다.
“모든 책임은 함께 진다.”
그러자면, ‘책임’을 나눌 수 있도록 ‘권한’을 나눠줘야 합니다. 권력의 효율적 분배가 좋은 통치(정치)의 기본이 되는 시대입니다. ‘만천명월주인옹(萬川明月主人翁)’ 읊조리며 내려다보는 세상은 일찌감치 달 뒤편으로 사라졌습니다. 진정한 사과(謝過) 또한 뭘 제대로 알아야 제대로 합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하는 사과는 고작 허울 좋은 말장난에 불과합니다.
대통령 1인에게 모든 화살이 집중되는 웃기는 현실은 깨부숴야 하고, 인사권의 파괴적 분배 역시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통령에게는 각부 장관을 추천할 권한만 부여합니다. 국회가 청문회에서 결정합니다. 해당 장관에 대해 대통령이나 국회가 무능하다고 결정(의결)하면 해당 장관은 즉시 파면됩니다. 각부 장관은 해당 부서의 과장까지의 인사를 총괄합니다. 과장이하 인사는 각 국장이 총괄합니다. 대신 부당한 인사가 드러날 경우 그 즉시 장관과 해당 국장을 파면하고, 부당한 인사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를 즉각 원상복구 시킵니다. 모든 공기업 사장은 국회가 여야간 합의하여 임명합니다. 해당 공기업 사장은 공기업 임원 인사를 총괄합니다. 임원은 소관 조직의 인사를 관장합니다. 그 역시 잘못하면 즉시 파면하고 책임을 묻습니다. 장관이하 모든 인사에 청와대와 여당이 개입할 모든 가능성을 철저히 차단합니다.
소신껏 일할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되, 혹독할 정도로 책임을 묻는 인사시스템이 구축되면 각자 맡은 영역에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다만 비상상황 발생 시에는 해당분야 최고 전문가가 총리포함 행정부 모든 장관과 인력을 통솔(지휘)할 수 있는 한시적 권한을 부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잘못되면 그 책임은 모두 함께 집니다. 그래야 비협조적 행태를 사전에 막을 수 있습니다.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정치를 종식시키려면, 인사권을 나누고 그 권한과 책임의 한계를 분명하게 설정해주면 됩니다. 여야가 함께 하는 인사는 모두에게 ‘책임’이라는 짐을 안깁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의사결정이 늦어진다는 반대도 있지만 의원내각제를 도입하는 것도 검토해야만 합니다. 언제까지 대통령만 모든 권력을 행사하고, 그에게만 모든 책임을 지우며 서로 물고 뜯는 정치를 계속할 것인가요.
인사가 만사입니다. 제일 똑똑하고 유능한 자에게 권한을 나눠 주고 책임을 묻는 인사시스템만 만들어도 반은 성공입니다. 머리는 머리 역할을, 손발은 손발 역할을 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대통령은 창조적 발상에 집중하고, 관료는 그 발상의 실현가능성을 따지고 추진하며, 국회는 국익의 관점에서 공정하게 평가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면 나라는 절로 굴러가지 않을까요.
사자는 시도때도 없이 사냥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이 온갖 일에 입을 대고 말을 뿌리면 청와대가 오물통이 됩니다. 우두머리는 우두머리의 역할을, 아랫사람은 아랫사람의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