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저녁시간에 아내와 함께 차를 타고 이동 중이었습니다. 검정색 후드티를 입은 사내가 갑자기 차 앞으로 달려들었습니다. 아내는 놀라 비명을 질렀고, 나는 급히 핸들을 틀어 가까스로 피했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눈을 희멀겋게 뜨고 차 안을 들여다보며 차를 향해 자꾸 달려들었습니다. 얼굴과 눈을 보니 마약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좀 모자라는 사람 같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었습니다. 겨우 따돌리고 놀란 아내를 진정시켰습니다.
새벽 출근길에도 그런 사람을 봤습니다. 가로등도 없어 컴컴한 2차선 단방향 도로 한복판에 역시 검정색 후드티를 입은 사람이 고개를 푹 숙이고 꼼짝도 안하고 서 있었습니다. 인적도 없고 다니는 차도 없는 어둑한 길 한복판에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사람의 모습은 그 자체로 공포스러웠습니다. 급하게 속도를 줄이며 다가갈수록 분위기가 으스스했습니다. 갑자기 고개를 홱 돌리며 달려들 것만 같았습니다. 아니다 다를까 곁을 지나치려는 순간 몸을 돌려 달려들었습니다. 겨우 피해 달아났습니다. 좀비인지 정신나간 사람이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20여 년 전엔 한동안 지하철로 출근했던 적이 있는데, 거의 매일 열차 안에서 이상한 사람을 봤습니다. 사람을 노려보며 욕을 하는 사람, 계속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머릴 흔드는 사람, 다짜고짜 욕을 하며 거품물고 달려드는 사람... 조현병 환자 수만 명이 병원을 벗어나 사회로 나온 것이 원인은 어닐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버스가 안 다녀 면소재지에서 마을까지 20여리 길을 걸어서 등하교를 했습니다. 중학교 때 마을에 버스가 다니기 시작했지만, 5시30분이면 막차가 끊겨 걸어서 하교를 해야 했습니다. 어느 날 밤에 혼자 그 어두운 시골길을 늦게 걸어오다가 저만치 앞에 하얀 소복을 입은 사람이 길가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당시에 꼬리 아홉달린 여우가 소복 입은 여자로 변해 사람 간을 빼먹는 ‘구미호’란 드라마나 영화가 많았습니다. 온몸의 털이란 털은 모조리 곤두서고 심장도 미친 듯이 쿵쾅거렸습니다. 점점 다가갈수록 질식할 정도로 두렵고 숨이 가빠왔습니다. 심장이 멎을 듯한 상태에서 마주한 그 소복 입은 존재는, 삼베옷을 입고 술에 취해 길가에 앉아서 졸고 있던 어떤 할아버지였습니다.
어릴 때나 나이가 들어서나, 인적이 드문 어두운 밤길에 만나는 사람은 짐승보다 더 무섭습니다. 어두운 밤길에 운전을 할 때면 타자마자 잠금버튼 부터 누르는 습관을 들이고, 길을 걸어가거나 서 있는 사람을 만나면 갑자기 차로 달려들지 모르니 항상 조심하라는 것. 죽어서나 살아서나 변함없이 공포스러운 존재는 짐승보다 사람이 유일한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