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부터 성숙해야 합니다

by 권태윤

장면 1.


선거를 앞두고 내내 ‘무능’ 운운하며 정치인들을 비난하고, 입만 열면 물갈이, 판갈이 외치던 지역 언론들이, 공천관리위원회가 자신들 주장에 부응하여 피를 뿌리는 물갈이, 판갈이에 나서니 이젠 다시 ‘막장공천’ 운운하며 악다구니를 씁니다. 누구 입맛에 맞추고, 어느 장단에 춤을 추란 말인가요? 처음부터 무조건 물갈이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역의 정치력을 배가시킬 수 있도록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래라 저래라 하며 마치 무능한 감독처럼 지휘해놓고, 갑자기 심판 역할까지 자처하고 나서는 모습이 참으로 꼴사납습니다.


장면 2.


입만 열면 정당의 자율성, 패거리정치의 폐해 운운하던 언론들이, 서로 다른 정당의 공천을 두고 리더십 운운하며 비판합니다. 오히려 정당의 자율성을 칭찬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쩌라고요? 정상적이지 않은 정치권의 행태를 경마 중계하듯 하다가 이제 와서 공천이 어땠느니, 리더십이 어떠니 하는 것은 어설픈 훈수에 불과하고 정치발전에도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버스가 출발하기 전에 이사람 꼭 태워라 했어야지, 뒤늦게 이사람 왜 안태우고 저사람 왜 태웠느냐고 악을 써봤자 때늦은 소리에 불과합니다.


장면 3.


국민이 배고프다는데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주는 것이 선거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언론인들을 많이 봅니다. 당장 눈앞의 불을 끄고 재정 걱정은 나중에나 하라는 것은 언론인으로서 해야 할 온당한 주장인가요? 그래서 마구 퍼줘서 그 부담을 누구에게 퍼 넘기자는 말인가요? 혈세로 살포하는 현금은 ‘소득’인가요 ‘동냥’인가요. 재난으로 인해 누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따지고 살펴서 선택적으로 지원하자는 주장을 해야 나라를 생각하는 이성적 언론인의 주장이지, 일단 먼저 주자고 주장해서 정치적 이득을 취한 뒤에 돈 걱정은 나중에 하라는 것이 과연 언론인으로서 할 소린가 싶습니다.


다들 좀 차분해지고 이성을 차립시다. 선거 끝난다고 세상이 다 끝나는 게 아닙니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고통과 고민이 시작됩니다. 이럴수록 더 차분히 살피고 따지고, 우선순위를 가리고, 앞과 뒤, 옆도 생각해야 합니다. 정치권을 토끼몰이 하듯 해서 국민이 얻을 것은 없고, 언론도 득 될게 한 가지도 없습니다. 언론인으로서 필봉을 더럽히고 선거 때만 되면 청와대로, 정당으로 달려가 안기는 ‘가짜언론인’. ‘정치매춘부’들이나 제대로 단속하고 혼내는 일이 더 급한 언론의 소임 아닐까요.

다운로드 (1).jfif


작가의 이전글공존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