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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pientia Veritasque Mar 18. 2023

대학로를 수놓는 낭만의 노래

동숭로에서... - 비를 기다리는 사람들

Tracklist

A Side
01. 동숭로에서... - 마로니에
02. 사랑의 위안 - 김서희
03. 낙엽 밟고 소리내지마 - 김선민, 심명기
04. 두뺨위에 눈물 지우고 - 박안나
05. 이별 무렵 - 김헌영
06. 빗속에 오는 그대 - 김희영

B Side
01. 애써 떠나는 그녀 모습은 - 김헌영
02. 말할수가 없어요 - 송만기
03. 그게 사랑인줄 알았어 - 김희영
04. 연인속의 타인들 - 김서희
05. 슬픈기억 - 박안나
06. 불꽃 - 송만기

그 햇빛 타는 거리에 서면
나는 영원한 자유인일세


금은 홍대, 강남, 익선동 등이 이른바 '핫플레이스'로 유명하지만, 아직도 대학로와 혜화역은 공연 문화의 중심이라는 의미와 함께 '계승되는 핫플레이스'의 의미를 지닙니다. 은 것들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도 무언가 이어져 온다는 것은 더할 수 없이 귀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대를 나누어 클래식, 로큰롤, 디스코, 힙합, EDM 등 특정한 장르의 음악이 류로서 인기를 얻곤 했지만,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사랑받는 음악 역시 존재합니다. 그중 하나로 '포크'를 꼽을 수 있겠습니다. 흔히 포크 음악이라 하면 통기타 위주로 하는 음악을 생각하지만, 거기서 파생되어 나온 장르들을 생각하면 굳이 통기타에만 갇힐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찍이 밥 딜런이 'Like A Rolling Stone'을 발표하며 일렉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올랐을 때 사람들이 야유했지만, 그 곡이 딜런의 대표적인 명곡으로 꼽히는 걸 생각해 보면, 포크는 '정서'로 보는 게 더 타당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오늘 소개할 음반인 '동숭로에서...' 역시 크 음악의 정서를 한껏 머금은 곡들로 가득 찬 컴필레이션 음반입니다. '칵테일 사랑'으로 유명한 '마로니에'라는 팀이 처음으로 선을 보인 음반이라는 의의도 있지만, 그보다는 1980년대를 마무리하면서 른바 '7080 세대'의 주류 장르였던 포크 음악(그리고 정서)을 진하게 담아낸 음반으로서 더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많은 연인들이 꿈을 나누고
리듬 속에 춤추는 거리


앨범을 시작하는 곡은 앨범과 동명의 곡인 '동숭로에서...'입니다. 그룹 마로니에가 부른 곡이자 앨범 전체에서 유일한 마로니에의 곡이지만(그래서 왜 이 앨범이 마로니에의 1집으로 분류되는지 아직도 의문입니다 ㅎㅎ), 이 한 곡만으로도 이 앨범과 마로니에의 존재 가치는 너무나 큽니다.


앨범을 진두지휘한 김선민과 '칵테일 사랑'의 주역 신윤미, 그리고 이미 밴드 우리(WE)와 솔로 앨범으로 사자후를 내질렀던 권인하의 조합으로 탄생한 마로니에는 '프로젝트 그룹'의 시조로서 탄탄한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이미 1988년 신윤미의 첫 솔로앨범에 수록된 '다이알을 돌려주오'를 통해 합을 맞춘 바 있는 세 사람은(김선민 작사/작곡, 신윤미&권인하 노래) 이 곡에서 시너지를 확실히 폭발시킵니다.


잔잔한 피아노 선율과 부드러운 김선민의 목소리로 시작하는 이 곡은 바로 뒤이어 신윤미와의 듀엣으로 이어지고, 강렬한 기타 소리가 등장하며 권인하의 시원한 목소리로 임팩트를 준 뒤 신윤미의 솔로 파트로 첫 verse를 마무리합니다. 여기까지 1분 30초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보컬의 파트 배분과 함께 세션 역시 맞춰서 변화하는데, 이것만으로도 한 곡을 이미 충분히 들은 것 같은 기분입니다. 초반부 '김선민 - 김선민&신윤미' 파트는 피아노의 주선율을 일렉 기타와 하이햇 소리가 차분히 받쳐주며, 권인하의 솔로 파트에서는 본격적으로 디스토션 기타 사운드가 보컬과 함께 노래하는 가운데 묵직한 베이스 기타, 힘차게 때리는 드럼의 스네어와 베이스 킥 사운드, 그리고 마치 콰이어를 넣어주는 듯한 신스 사운드까지 꽉 차 있습니다. 그리고 신윤미의 솔로 파트에서는 다시 피아노가 메인으로 돌아오며 힘 있지만 청량한 신윤미의 보컬을 떠받쳐 줍니다. 전주와 똑같은 패턴으로 간주가 흘러나온 뒤엔 바로 후렴구로 이어지는데, 여기서는 권인하와 신윤미의 듀엣으로 보다 더 넘치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어 신윤미의 솔로로 다시금 마무리하, 세 번째로 잔잔해지는 파트에서 세 사람의 합창으로 채워낸 뒤 권인하와 신윤미의 솔로 파트로 이어지며 곡이 끝을 맺습니다. 


곡 전체로 보면 구성이 단순하지만, 그 안에서 세 보컬의 스타일을 잘 살려주는 편곡으로 같은 파트도 조금씩 다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곡의 분위기는 희망적이고 역동적인데, 대학로를 생각해 본다면 적확한 분위기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당장 앨범 커버를 봐도 모여서 노래하고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가득한 것을 본다면, 단 한 곡뿐이지만 마로니에가 부른 이 곡이 명실공히 본작을 대표하는 곡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낙엽 밟고 소리내지 마
나의 침묵 깨뜨리지 마


이 앨범의 진정한 의의는 '옴니버스'라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앨범을 총 지휘한 김선민은 '마로니에'로서 참여한 것 외에도 '낙엽 밟고 소리내지 마'에서도 목소리를 내었으며, 작사/작곡으로도 3곡 참여했습니다.


김선민이 참여한 곡들 다른 곡들 중에선 우선 앨범 내에서 포크의 색이 가장 두드러지는 '낙엽 밟고 소리내지 마'가 귀를 사로잡습니다. 쿠스틱 기타의 선율로 쌓은 토대 위에 두 목소리의 화음이 어우러지며 청각적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그려내는 효과를 내는 곡으로, 에 젖어 홀로 걷는다는 화자의 말처럼 청자 역시 이 곡에 젖어 들어 화자를 관조하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합니다. 미 '오선과 한음'이라는 포크 듀오의 이름으로 공개된 바 있는 이 곡은 원래의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그 시절 대학로에서 들을 수 있었던 노래를 떠올리게 합니다.


B 사이드에 수록된 '말할수가 없어요'는 김선민이 작곡을 맡았으며, '낙엽 밟고 소리내지 마'에 비해 소극적인 태도이지만 역시 담담하면서도 화자의 마음을 잘 드러내 보이는 곡입니다. 성권영 시인의 '가을소곡'에 음을 붙인 이 곡에서 송만기의 목소리는 글자언어를 음성언어로 바꾸는 과정에서 감성을 부각하는 느낌입니다. 그런가 하면 김선민이 작사/작곡을 맡고 김서희가 부른 '연인 속의 타인들'은 포크라기보다는 트로트의 정서가 더 진하게 느껴지는데, 이별에 대한 직설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가사의 느낌과 잘 어울린다 여겨집니다. 마지막으로 송만기가 부른 '불꽃'은 송만기의 보컬과 함께 에너지가 느껴지는 편곡으로 사랑을 향한 의지적인 태도가 짙게 느껴지는 곡입니다.


앨범 전체의 프로듀서답게 김선민은 다양한 스타일의 곡들을 써서 이 한 장의 음반에 여러 정취를 녹여냈습니다. 의 곡들은 모두 '사랑'이라는 주제로 묶이지만, 사랑 안에 존재하는 여러 모습들을 여러 음장르들을 통해 다르게 그려냈다 여겨집니다.


그대여 내게 돌아와요
이 아픔을 감싸주는 눈길로


김선민과 더불어 이 음반의 정서를 만드는 데 있어 김헌영 역시 큰 역할을 했습니다. 화려하고 다채로운 이력을 자랑하는 그는 강변가요제에서 함께 했던 박안나의 곡들과 자신의 솔로곡들을 모두 쓰면서 이 음반 속에서 자신의 색깔을 멋지게 들려주고 있습니다.


제목과 함께 곡의 도입부부터 슬픔의 정서가 물씬 나는 '두뺨위에 눈물 지우고'는 박안나의 애절한 목소리로 곡을 전개해 나가면서 후렴구에 김헌영이 함께하여 가사의 호소력을 배가하고 있습니다.  사람의 데뷔곡인 '그네'를 생각했을 때 인적으로는 김선민의 '낙엽 밟고 소리내지 마'와 같은 완전한 듀오의 형태로 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박안나와 김헌영의 목소리는 합이 좋습니다. 김헌영 스스로도 둘의 노래하는 정서를 잘 알고 곡을 썼다는 인상이 느껴집니다. 건반을 메인으로 하며, 3박자이면서 4박자로도 느껴지게 하는 독특한 곡입니다.


김헌영의 솔로곡인 '이별 무렵'은 앞선 '두뺨위에 눈물 지우고'와 유사한 정서 및 편곡을 보이고 있으며, 보컬로서의 그의 매력이 십분 드러나는 곡입니다. 김헌영은 조곤조곤 부르기 시작해 후렴구에서 감정을 터뜨려낼 수 있는 보컬이며, 편곡보다는 보컬을 통한 메시지 전달이 주가 되는 포크 음악에 적확한 보컬이라 여겨집니다. '두뺨위에 눈물 지우고'와 마찬가지로 이 곡 역시 직설적으로 이별의 슬픔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는 B 사이드의 첫 곡 '애써 떠나는 그녀 모습은'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후렴구에서 절규하듯 내지르는 '떠나지 마'는 가히 이 곡의 백미라 하겠습니다.


김헌영이 작사/작곡한 '슬픈 기억'은 박안나의 온전한 솔로곡니다. 한 번 들으면 바로 각인되는 개성을 가 박안나의 이 곡을 들으면 재하의 '텅 빈 오늘밤'을 이선희가 부르는 것 같은 정서가 느껴지는데, 유재하의 보컬에 특유의 쓸쓸함과 공허함이 묻어난다면 박안나는 시원시원하면서도 호소력 짙은 보컬로 청자의 귀에 각인됩니다.


김헌영이 참여한 곡들은 전반적으로 포크라는 장르와 감성에 충실한 느낌입니다. 3박자를 적절히 활용하고 유의 음색으로 애절함의 정서를 강조하는 한편 함께한 박안나와도 좋은 케미를 보이며 두 사람이 이후 듀엣으로 같이 활동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됩니다.


텅 빈 그대 가슴에 내 사랑을 채워 보아요
그대 곁에 있는 나는 그대의 영원한 사랑


김선민, 김헌영과 함께  앨범을 채우는 싱어송라이터는 김희영입니다. 총 3곡에 참여했으며, 3곡 모두 여성 보컬로만 불렸습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사랑의 위안'은 김서희가 부른 곡으로, 전반적으로 이별의 정서가 짙은 본작에서 적극적이고 의지적인 사랑의 정서를 노래하는 곡입니다. 듣고 있으면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끼면서, 동시에 80년대 말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이러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놀랍고 단하다 여겨집니다.


희영 본인이 직접 부른 '빗속에 오는 그대' 감각적인 가사에 김희영의 맑은 보컬이 더해져 귀를 사로잡는 곡입니다. 이별한 정인을 그리는 마음을 비에 빗대어, 빗소리만 들어도 정인이 오는 것 같이 느껴진다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B 사이드 수록곡 '그게 사랑인 줄 알았어' 역시 이별 후의 감정을 노래한 곡입니다. 뭐든 다 사랑이라 여겨졌던 것이 이별 후에는 다 부질없고 공허한 것이라 여기지만, 화자는 단순히 거기서 그치지 않고 떠나간 옛 정인을 담담하게 다시 대할 수 있다는 의젓한 태도를 보입니다.


이렇듯 김희영의 노래들은 적극적이고 의지적인 정서로 가득합니다. 본작에서 그녀의 노래들은 마치 간간이 채색을 더해주듯 하여 김선민과 김헌영이 양분할 뻔한 이 음반을 더욱 빛내고, 보다 더 다채로운 색의 옴니버스 음반으로 완성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생각합니다. 본작을 감상하며 개인적으로 가장 신선하고 오래 남는 뮤지션인데, 이후 행적을 알고 싶었으나 확인이 되지 않아 많이 아쉽습니다.


우리들의 이야기들은
가슴 속에 빛나고 있네


본작은 이렇듯 여러 뮤지션들이 각자의 색깔로 채워낸 음반입니다. 옴니버스 혹은 컴필레이션 음반은 단순히 여러 뮤지션의 곡을 모아서 내는 것이 아니라 그 고유의 색을 갖고 있으며, 본작은 그런 점에서 하나의 완성된 음반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발하고 있습니다.


자켓 및 타이틀곡에서 적시하는 '동숭로'의 이미지와 분위기를 음반 전반에 걸쳐 느낄 수 있는 점이  좋습니다. 벌써 30년 이상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대학로는 문화와 낭만의 거리로서 세대를 초월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후 신촌, 홍대, 이태원, 강남 등으로 그 맥이 퍼져 나갔지만, 이 음반을 통해 아직도 80년대의 이야기들은 우리의 가슴속에서 빛날 것입니다.


Recommendation

- 동숭로에서

- 사랑의 위안

- 낙엽 밟고 소리내지마

- 말할수가 없어요

- 그게 사랑인줄 알았어

- 슬픈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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