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편 고객님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2
여행중 만난 사람들
에피소드2 . 이탈리아로 커피 드시러 가실래요?
어느 여름 발칸여행을 갔던 난 마음속 기도를 했다. 제발 좋은 가이드 만나게 해댤라고..
첫 만남의 무뚝뚝한 표정의 가이드는 첫 인상과는 다르게 입담이 좋고 코로나로 인한 긴 휴식기로 가이드 업무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마음가짐이 착하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리고 방배정도 키를 추첨하듯 가져가도록해서 공정함을 뽑내기도 했다.
여행의 중반무렵 가이드는 게스트에게 한가지 제안을 한다. 이곳이 이탈리아와 인접해있으니 커피가 유명한 그곳을 가면 어떻겠냐? 게스트는 뭐에 홀린듯 박수를 쳤고 모두 그 새로운 옵션에 동참하게 되었다. 안하면 어쩌겠는가? 버스를 타고 다녀야하는 패키지특성상 어느 지역에 남아있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가이드가 준비한 그곳은 그리 특별할것이 없는 도시였고 커피 한 잔을 먹기 위해 교통비 명목의 비용을 내야했다.
가이드는 두번째 제안을 했다.
"이 더운 여름날 드부르부니크 성벽 투어를 하면 머리가 벗겨집니다. 대신 인근 작은 예쁜 마을 라스토케를 가면 어떨까요? 이 상품이 코스에 빠진게 이상하더라고요."
이전에 이미 드부르브니크 성벽투어를 경험했던 나는 그 투어가 얼마나 멋진 일인지 알았고 이번 여행의 핵심을 안한다는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번에도 게스트는 가이드의 새로운 옵션에 동참하게 되었고 작은 마을에서 커피도 얻어 마셨다. 그리고 상품에 포함되어 있던 20유로 이상의 성벽투어를 날리고 말았다. 나는 두부르드니크 자유 일정에 내 사비를 들여 성벽투어를 경험하였다. 더운 날씨에 머리 벗겨질것을 염려한 대부분의 게스트는 성벽투어를 포기했고 몇명만이 성벽투어를 체험했다. 성벽 위는 그리 덥지 않았고 오히려 바람이 불어 시원하기까지 했다. 그 위에서 보는 풍경은 여전히 경이로웠다. 비용이 낭비된것이 문제가 아니었다.인생에 만날 멋진 풍경을 볼 기회를 놓쳤다는 건이 안타까운 것이다.
오래전 패키지 여행을 가면 옵션이나 쇼핑관광을 당연히 해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어떤 가이드는 옵션을 설명하며 " 안하면 산책이나 주변을 즐기는것이 아니다. 그냥 옆에 앉아있어야 한다. 싼 상품을 왔으면 싼 이유가 있다 " 라며 대놓고 옵션을 강요했다. 요즘은 이렇게 대놓고는 아니지만 불편한 옵션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사라지지 않은 듯하다.
불편한 가이드만 경험한건 아니다.
지난 겨울 만난 튀르키예 가이드는 불합리한 여행구조를 바꾸려고 시도하다 잘 되지않자 실망하여 한국으로 돌아온 케이스다. 그래도 가이드일이 좋아서 한 달에 한번은 가이드를 하며 한국에서 투잡을 하고 계신 전문가였다.박식함 뒤에 숨은 정의로움이 멋진 분으로 기억되는분이셨다.
이번 여름에 만난 가이드는 노랑머리, 귀걸이를 한 자유로운 외모에 선입견이 있었지만 차안에서 끓임없이 설명하고 젊은 나이에 상당한 지식을 소유하고 있어 놀랐던 적이 있다. 매일밤 다음날 일정을 안내하는 꼼꼼하고 성실한 분이었다. 직업으로 왔지만 풍경 사진을 찍고 공유하며 여행을 즐기기도 했다. 다시 만나고 싶은 가이드는 오랜만이었다.
여행을 하며 전에 만났던 가이드를 만나는 일은 거의 드물다. 하지만 가이드에 따라 여행의 인상이 달라짐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어쩌면 가이드도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지 않았나 이해해 보기도 한다.
다만 나의 남은 여행 내내 진실한 분과 함께하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