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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네모 Nov 06. 2024

7편 공산성 2

-첫사랑에 대한 기억

어느날 선배와 나는 공산성에 가게 되었다. 거기서 우연히 선배에게 어떤 이야기를 듣게 된다.


둘이 버스터미널에 간 적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난 선배의 어머니를 만난 적이 있다. 선배는 어머니에게 여자 친구를 소개하고 싶었던 걸까?


공산성에서 선배에게 들은 얘기는  어머님이 나를 보시고 탐탁치 않게 여기신다는 것이었다. 나랑 얘기도 안해보시고 외모로만  부정적 평가하신 것이 너무나 섭섭했다. 나름 좀 아담해도 인상에 대해선 자신감이 있었다. 동안의  화장기 없는 얼굴이 고등학생처럼 보였던 걸까?


난 선배의 말을 듣고 한참을 울었다. 속상하기도 하고 나의 치부가 드러난 것 같아서였을까? 그 얘기를 전한 선배도 원망스러웠다.




일이 있은 후...


난 대학교 방송국에 붙어서 들어가게 되었고


방송국에서 선배와 함께하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내 마음이 이상하리 만큼 변화가 있었다. 선배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은 무관심과 실망으로 변해 있었다. 정이 확 떨어진 걸까? 나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은 실망 때문이었을까? 이유는 정확히 설명되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 정갈한 글씨로 편지를 써 주던 멋진 선배였는데.. 가까이에서 선배에 대해 알수록 실망감이 들었다. 수업을 안 들었는지 시험을 못 본 건지 재수강을 듣는 선배 모습이 무능해 보이기도 했다.


난 선배랑 얘기할 때마다 무안을 주기도 하는 등 심술을 부렸다. 그런데 그런 나의 모습에 선배는 점점 끌리게 되었는지.. 어느 저녁 자신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주며 고백을 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어느 영화의 대사처럼 나의 사랑은 변해있었다. 손을 잡는 등 작은 스킵쉽도 없이 나의 첫사랑은 그렇게 끝나고 있었다.


4년 동안 공주에서 대학을 다녔지만 다시 공산성에 가지 않았다. 안 좋은 기억 때문이었을까? 공산성은 나에게 이유 있는 미움을 받았던 걸까?




출장으로 공주에 다시 왔을 때 공산성을 보기로 했다.


카페에서 봤을 땐 분명 멋진 풍경이었는데 막상 오르니 언젠가 그날처럼 그리 특별하지 않은 풍경이었다.


다만 오랫동안 묵혀있던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는 다시 편하게 올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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