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2 일기
밭에서 잡초를 뽑을 때 아무리 조심한다 해도 백이면 아흔아홉은 두두둑 소리를 내며 잔뿌리
들이 끊어져나간다. 증산동 집을 보며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했을 때, 연남동 우리집을 떠나오
며 친구들에게 안녕이라 했을 때, 그러면서 작별인사라는 건 어떻게 하는 건지 정말 모르겠었
을 때, 엄마와 포옹으로 작별인사를 하던 때, 아빠와 악수하며 작별하던 때, 나는 내 뿌리들이
하나 둘 뜯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내가 뽑아낸 잡초들은 후회 없이 안녕을 말했을까. 그렇게 뽑은 잡초를 내다버리면 운 좋게
새로운 흙을 만난 녀석 몇이 다시 새로운 땅에 새로운 뿌리를 내렸다. 두고 온 뿌리들이 아프
지는 않았을까? 새 땅에서의 성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