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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새 May 12. 2022

연화아파트

30분 1글 #5

거리를 걷다 보면 우리의 시선은 1층에 고정된다. 1층에 상가가 줄지어 길거리를 차지하고 있으면, 그 거리는 상가들이 많은 거리라고 인식하게 된다. 이곳도 마찬가지였다. 1층에 있던 모던한 상가들 때문에 나는 예전에 자주 다녔던 거리였음에도 상가로 가득한 곳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오늘에서야 그 위를 쳐다보았다. 빛바랜 연노란 벽 위의 하늘색 글씨, '연화'가 눈에 띄었다. 상가아파트였다.


전혀 우리 시대의 것이 아닌 것이 확실해 보이는 연노란 빛 아파트에 있는 집들에는 거의 절반 정도에 에어컨 실외기가 없었다. 한쪽 면에는 '연화'라는 글자조차 제대로 붙어있지 못했다. 오히려 1층 한쪽 구석에는 보기 드문 '방공대피시설'이 있었고, 정문의 아치형 철제구조에는 위태롭게 매달린 조명 하나가 이 아파트의 나이에 대해 증언해주고 있는 듯했다. 정문 옆으로, 안쪽으로 이어진 벽들에는 약간의 금이 가 있었고, 바깥의 모던한 상가와는 달리 안쪽에는 종이상자와 각종 배관이 어지러이 얽혀있었다.


서울에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였다. 도시에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주거공간의 문제를 풀기 위한 방편 중 하나였다. 한정된 공간에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주목을 받았다. 물론 대중의 생각은 달랐다. 처음에는 아파트가 대중들에게 익숙한 공간이 아니어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첫 단지 아파트였던 마포아파트, 연예인들이 많이 살았던 동대문아파트,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 세운상가 등을 거치며 아파트 대중화 시기라고 불리우는 1970년대를 맞이했다.


1970년대에는 많은 아파트가 지어졌다. 연화아파트도 그들 중 하나다. 사람들의 눈에 잘 띄는 상가 공간은 변신을 거듭했지만, 사람들이 잘 보지 못하는 2층 이상의 공간과 아파트 안쪽 공간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 지음 피드백 (같은 주제로 쓴 지음의 글 : https://brunch.co.kr/@cinemansu12/8)


아파트의 역사에 대해서 얘기하고... 그 다음으로 무엇인가 더 하고 싶은 얘기가 많았던 것 같은데 기승전결의 '기'만 본 느낌이라 아쉽다. 다음에 작은새와 각 잡고 어떤 건물에 대해서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0분 안에 크로키처럼 적어내는 이 글에는 어떤 얘기를 담아낼 수 있을까? 어떤 얘기를 담아내야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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