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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새 May 21. 2022

최저임금을 받는 것이 적법하지 않은 일

30분 1글 #6



길거리에 중고 가전제품 수거하던 트럭 아저씨 목소리가 사라지고 흥겨운 노래가 퍼지기 시작한다. 골목골목 벽마다 다채로운 사람들의 얼굴이 나붙기 시작한다. 간혹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도 있다. 그들은 시장, 마트, 길거리 어디든 사람이 있는 곳으로 득달같이 달려가 자신의 목소리를 전한다. 하지만 보통 그들의 몸은 하나기에 그들의 수족이 된 또 다른 사람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들은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에게 90도로 인사를 한다. 간혹 기분이 좋아보이시는 분들은 구호까지 힘차게 외치기도 한다. 아침에는 출근길 힘내라는 말을 하고, 점심에는 오늘도 좋은 하루, 저녁에는 오늘 하루 고생 많으셨다는 말을 꼭 잊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 하나하나의 눈을 맞추곤 한다.


예전에 나도 비슷한 일들을 해본 적은 있다. 선거운동을 도와주거나, 전단지 같은 것을 나눠주거나 하는 식의 일들이었다. 그때마다 나는 '뭐하는 놈이지'라는 표정의 사람들에게 하나하나 웃으며 뭔가를 나눠주거나, 인사를 해야 했다. 간혹 내가 하는 일에 분개해서 나를 잡아먹기라도 할듯 달려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당사자가 아님에도 진땀을 흘려가며, 슬픔을 눌러가며 이야기를 나눠야 했다.


그리고 9시부터 활동한다고 9시에 나와도 되는 것이 아니었다. 오전 6-7시에는 나와서 변경사항에 대해서 전달을 받거나, 주의사항을 숙지하는 자리가 있었다. 새로 유인물을 받거나 혹은 개별적으로 피드백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지정된 장소가 바뀌기도 했고, 생각보다 멀리 나가기도 해야 했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9시가 되어 나는 지정 장소에 나가 있었고, 쉴 틈 없이 일을 시작해야 했다.


18시가 지나도 하루가 끝난 건 아니었다. 남은 용품을 반납하거나, 환복하거나 하는 일들이 필요했다. 하루 단위의 피드백이 이때 이루어지기도 했다. 그러다보면 19시, 20시가 되었다. 집에 도착하거나 하면 어느새 내일을 위해 자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찾아보니 특히나 공식 선거 운동은 법적으로 7만원의 수당만을 받게 되어 있다고 한다. 2020년 대법원이 선거운동원에게는 최저임금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무심한 표정, 때론 적대적인 태도를 맞아가며 타인의 얼굴이 되어 행하는 이 일이 왜 최저임금을 받을 수 없는 일인 것일까. 길게는 6시부터 나와서 21시까지 자기 시간을 쏟기도 해야 하는데, 왜 이 일은 적법한 일로써 인정받지 못하는 것일까.






- 지음 피드백 (같은 주제로 같이 쓴 지음의 글 : https://brunch.co.kr/@cinemansu12/9)


작은새가 왜 이 글감을 선택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본인의 경험이 묻어나는 글감이어서 그렇게 반응했나보다. 작은새의 글의 신기한 점은 어떤 프로젝트든 회차를 거듭할 수록 좋은 글이 나온다는 것이다. 시간과 시도에 비례해서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이 당연한 일이 아닌데, 그 명제가 작은새의 글에는 적용이 되는 것 같다. 자신의 경험과 어떤 사실들. 어쩌면 우리가 이 작은 연습들을 계속하면서 도달할 수 있는 깔끔하고 좋은 완성물 중의 한 모습으로 이 글이 나올 수 있는 듯 하다. 좋은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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