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우리(市)에서 평생교육센터 설명회를 한다고 연락이 왔다.
강사의 꿈을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늘 마음 한구퉁이에
자리 잡고 있어서 한치 망설임 없이 신청을 했다.
400~500명 들어가는 강단에 벌써 여러분들이 모여 있었다.
출석체크 하는 곳엔 이미 평생교육센터에 지원서를 낸 센터들이 제법 적혀있었다.
개인자격으로 참석한 내 이름 옆은 비워져 있었지만 아랑곳 않고 개인샵이름을 적었다.
왼쪽은 상담부스가, 오른쪽은 평생교육센터 홍보문들이 줄지어 붙어 있었다.
관심 분야에 멈춰 서서 연신 사진을 찍는 강사들의 모습은 열정적으로 보였다.
전체 좌석이 다 들어찰 때쯤 돌아보니 99%가 여성이었다.
교육파트에서 여성의 활동이 이렇게까지 높아졌나 내심 놀랐다.
평택. 경북에서 온 분들도 있어 커피믹스 하나를 종이컵에 넣어 감사 선물로 주어 웃음을 자아냈다.
나중에 쇼핑백에 뭔가를 전해주는 모습을 보니 먼 길 온 답례에 정성이 담겼다는 느낌이었다.
설명회는 그동안 우리 시에서 어떤 교육을 해 왔는지 한눈에 볼 수 있게 기획되었다.
각 전문대학의 평생교육센터 활동. 여성인력센터들의 활동. 동아리의 활동 등 등...
'아~이렇게 활동하고 있었구나' 놀라고 있는데, 상담 예약 문자가 왔다.
교육 끝나고 예약 가능하다고 문자를 보냈다.
어려운 시기에 한 사람의 예약 손님은 무척 소중하다.
그러나, 지금은 이게 더 중요해!
다시 집중하는데, 이번엔 전화가 온다.
마침, 설명회가 2부 순서로 넘어가던 찰나라 어수선했다.
전화를 받아도 될 성싶어 받았더니,
"가게 바로 앞에 와 있는데 언제 오냐"는 전화였다.
바로 훅 들어오니, 어떻게 해야 하나~?
순간 고민이 되었다.
설명회가 궁금했던 정보를 풀고 있었기에 망설여졌다.
목소리는 어려 보이는데....
"제가 지금 교육 중이라, 한 30분 걸릴 텐데, 기다리시면 가고, 안 기다리시면 안 갈게요~어떠실까요? "
일행이 있는지 그들에게 묻는다.
"기다리면 오고 안 기다리면 안 온대?"
결정이 났는지,
"기다릴게요!"
내 꾀에 내가 걸려든 느낌도 들고, 이건 뭔가 싶었다.
약속은 했으니, 설명회 시작 2시간 만에 짐을 꾸리고 터벅터벅 문을 향한다.
'왜 가지? 집에 가나?' 의아해하는 시선을 받으며 문을 나왔다.
구청 앞마당을 내려오는데,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설명회에 듣고 싶었던 영상들이 아른거리고,
뒷덜미를 누가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본다.
'가는 게 맞나? 내가 뭐에 씐 걸까? '
'너는 뭐가 중요한데?!'
화가 잔뜩 나 호되게 야단치는 목소리가 들린다.
버스를 타고 가게에 도착하니 옆집 무인카페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학생 둘이 보인다.
요즘은 학생들도 아가씨 같아서 나이 가늠이 안된다.
"뭐가 궁금해요? 근데 몇 살이에요?"
"중학교 2학년 올라가요~연애운이 궁금해요"
순간 나의 선택에 물을 확 끼얹듯 힘이 빠졌다.
'나~왜 온 거지?'
고객은 누가 됐든 소중하다. 고민도 나이 불문하고 고객에게는 진심이다.
문제는 코 묻은 만원에 1년 후에나 들을 수 있는 그 소중한 시간을 넘겼다는 것이다.
나는 무엇에 진심이었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그날의 선택이 옳았는지는 아직 모른다.
다만, 그 결과가 어떻든, 그것은 나의 결정이었고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것.
그날은 나를 드러내는 선택이었고, 나는 진정한 강사가 되지 못했다.
그 깨달음 하나로도 그 설명회는 내게 충분히 값진 자리였다.
삶이 그대를 속이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선택은 결국
내가 누구인지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