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키우는 우리 아이
눈과 입만 남기고 팩을 붙이고 있는 데,
딸과 사위의 화상전화가 왔다.
독일 유학 간 딸이 이미 자리 잡고 있던
사위를 만났다.
서로 외롭던 차에 인연이 되어 너무 좋아한다.
그래도 팩은 떼야할 것 같아 급하게 떼고 받았다.
팩 떼는 데만 신경 썼지 얼굴이 어떨 거라는 건
생각 못했다.
팩이 떨어진 자리에 낯선 얼굴이 있었나 보다
"어머님 생얼을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생얼을 보니 더 친근감이 생기는 대요 "
눈썹도 생기다 말고 주름은 잔뜩인 얼굴이
친근감 생긴다니 빈말이라도 고맙다.
이제 딸도 내년이면 40세.
한두 달 후부터 아이를 가져 보려고 한다는 데,
나이가 있어 될까 모르겠다.
그런데 사위는
딸이 당연히 가질 거라고 믿는단다.
다른 건 돌다리도 두들겨 가는 타입인데
무슨 자신감인지 임신에 있어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1 도 안 한단다.
"가을쯤엔 배불러 있어서
시댁 어른들이 독일 오시면
여행 가이드 못 해 드릴 텐데
어떻게 하지? "
나에게도 4월 부활절 전에 독일 오라고 한다.
그 이후에는 임신해 있어서
엄마랑 같이 못 다닐 수도 있다고 한다.
나는 별생각 없이 들었는 데
사위 얘기를 듣고 보니
본인 스케줄 대로 되어 갈 거라는 믿음에
한 치의 의심도 없어 보인다.
딸의 확신은
아직 오지 않은 생명에 대한 사랑인 듯하다.
우리는 마치 임신이 된 것처럼
태교에 대해, 산후풍에 대해 이야기한다.
독일 사람들은 골격이 커서인지
아기 낳은 지 하루 만에도 출근을 한다고 한다.
말이 나온 김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후풍이 있으니
21일 동안은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를 한다.
시간만 나면 여행 가는 둘이 독일 사람이 다 되어 가지만
그래도 자식이 있으면 좋겠다.
원래 아이의 영혼은 '하늘의 자식'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이를 "내 자식"이라고 말하면
"네 자식이니까 네가 알아서 키우라"라고
21일 전에 삼신할미 기운을 걷어 가 버린다고 한다.
아이를 낳으면 인간이 다스려야 할 것이 있고
하늘이 살펴야 할 기운이 있는 법인데,
'내 자식'이라고 하면 하늘 기운을 걷어가 버려
' 산후풍 ' 이 생긴다고 한다.
그래서 마치 뼈에 바람이 드는 것처럼
쑤시고 춥기도 하다.
그래서
" 내 자식"이라고 하지 말고
" 우리 아이"라고 해야 한다고 한다.
옛부터 우리 민족은 이웃과 함께
아이를 키워왔던 풍습이 있다.
지금은 내가 끼고 키우지만
키우다 보면 혼자 키운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도 알게 된다.
이웃과 함께 돌봐 키울 때 힘이 된다는 건
키워본 사람이면 다 아는 사실이기에
그 말의 의미가 와닿는다.
어쨌든 삼신할머니께서
사위의 따뜻한 인품과
딸의 배움의 열정을 닮은
손주를 점지해 주시길 축원으로 올린다.
저도 할머니 되는 거 좋아해요.
삼신할머니~
우리 딸처럼
나도 1도 의심 안 하고
믿어본다.
"내 자식이 아니라 하늘이 맡긴 우리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