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수의 법칙
을씨년스럽게도 바람이 뼛속으로 스며든다.
봄이 오나 싶어 옷차림이 가벼워질 때쯤이면,
봄을 시샘하듯 언제 그랬냐는 듯
꽃샘추위로 어깨를 움츠리게 한다.
어제도 출근하려 자동차문을 열다가 멈칫,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그냥 이유 없이 쉬고 싶었다.
이런 날 누가 오겠나 싶기도 했고,
평소 쉬는 날 없이 일하는 나를 위해
이런 뼛속 바람일 때는 쉬어 주고 싶었다.
요 며칠 이삿짐 버리고
손 닿는 데마다 쓸고 닦고 하였더니
몸살기도 솔솔 오는 듯하다.
집은 오랜만에 빛이 난다.
이사 갈 때가 되어서야 구석구석 묵은 때가 벗겨진다.
아이들을 여의고 집을 줄여가도 될 것 같아
이사하겠다고 하니
주인이 놀란다.
오래 살 줄 알았나 보다.
쉬기로 했더니 마침,
집 보러 오겠다고 한다.
부동산 사장님의 방문.
온 김에 우리 이사할 집도 보여준다고 한다.
몇 군데 집을 보니,
묘하게도 이 집에서 떠나기 싫던 마음이
이제 그만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뀐다.
변화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든다.
이동수가 일 때는
변화가 기다려지나 보다.
벌써 그 집에서 살고 있는 내가
눈앞에 그려진다.
우리 집에서 시작해서
이제는 남의 집이 된 이 집의 인연.
10년의 세월이 겹겹이 떠오른다.
이사오던 그날의 셀렘도,
사기당해 전세로 내려앉은 그날의 허탈함도
내 인생 한 페이지로 남아 있다.
아이들과 북적이며 살던 공간이
하나는 독일로, 하나는 옆 동네로 사랑 찾아 떠나고
빈자리가 된 거실이 덩그러니 그림 같다.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던
인생 1막은 지나갔고,
삶의 굴곡을 견디며 버텨온
인생 2막도 저물어 간다.
이제 나는 노년의 인생 3막을
준비하는 길목에 서 있다.
이동수는 알아채지 못하는 새에
법칙처럼 찾아오는 것 같다.
변화의 기운이 가득 차면
그 환경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그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우리네 인생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