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과 아부의 함수

지식의 농도

by 조 경희

윗사람을 돕다가
어느 순간 그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을 본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뺀다고들 한다.
이걸 아부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실력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오래전부터
윗사람 곁에 바짝 붙어 있다가
한 단계씩 올라서는 사람들을 자주 보아왔다.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그 생각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마침 아부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아부도 힘이고 실력이라고 했다.
나는 그 힘을 쓸 줄 모른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실력만이 답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문득 묻게 되었다.

나는 정말 그 힘을 몰라서 안 쓰는 걸까,
아니면 쓰지 못하는 걸까.


아부는 결핍에서 나온다고 했다.
사람을 통해 채우려는 마음.
선을 넘으면 비굴해지고,
선을 지키면 관계의 기술이 된다.


지식을 갖추면 아부는 자연히 줄어든다고도 했다.
지식의 농도가 높아질수록
힘을 구걸하지 않게 된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 대목에서 멈췄다.

지식은 나를 두려워하지 않게 만드는 힘이라고 했다.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는 담대함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서 있는가.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나는 아직 작은 습관 하나도 다스리지 못한다.

이런 근기로 불의 앞에 설 수 있을까.


나는 늘 생각해왔다.
‘그 상황이 오면 나는 목숨을 내놓을 수 있을까.’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더 조용히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중립이라는 이름으로 물러섰는지도 모른다.


아부를 경멸하는 마음과
용기를 미루는 태도는
혹시 같은 뿌리는 아닐까.


나는 오늘
아부를 비판하는 대신
나의 결핍을 본다.


지식인이란
남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 아닐까.

그 질문이
오늘 나를 붙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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