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을 만나면서 늘 관계를 먼저 생각했다.
혹시 상처받지 않을까, 멀어지지 않을까.
내가 조금 더 참으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관계가 흔들릴 때마다 나는, 내가 아닌 상대를 먼저 돌아봤다.
언제나 나보다 관계를 먼저 챙기던 사람이 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관계를 지키는 일이 나를 지우는 일인 줄 몰랐다.
스스로가 괜찮지 않음을 느끼면서도 관계만 괜찮기를 바란 적도 있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위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위할 수 있을까.
"If I am not for myself, who will be for me?"
에릭 프롬의 질문은 단순했지만 마음에는 더 깊이, 오래도록 남았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으면, 어떤 관계도 오래 버틸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조금 늦게 알았다.
관계를 붙들고 애쓸수록 먼저 살펴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었다.
괜찮지 않으면서 관계만 괜찮기를 바랐다.
조금 더 이해하고 참으면, 결국은 내 속마음을 숨기는 일이었지만 나아질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찬찬히 돌아보니 그 모든 시간 동안, 나는 정작 내 마음이 원하는 소리를 한 번도 제대로 묻지 않았다.
지난달부터 몸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그 와중에 미루지 못 할 약속도 있었고 해야 할 일들도 많았다.
오랫 만에 만난 약속에 나간 그날도 식사 도중 식은땀이 나면서 힘들어졌다.
나의 입술은 몇 번이고 '미안하지만'을 말하고 엉덩이는 금방이라도 일어날 것처럼 달싹였다.
그러나 정작 내 입에서 나온 말들은 나의 불편함과는 전혀 무관한 그이를 향한 웃음이었다.
기어코 일정 시간을 채우고 돌아오는 길, 남은 건 한숨과 바보 같은 자책뿐이었다.
나는 오래도록 관계를 지키기에만 애썼다.
하지만 이제는 분명 안다.
나를 먼저 안아야 관계도 안을 수 있다는 것을.
나를 잃지 않을 때 우리는 서로를 잃지 않는다.
나를 지키는 일은 결코 이기적인 일이 아니라, 관계를 위한 최소한의 책임이기도 하다.
내가 괜찮아야 관계도 괜찮다는 말은 결국, 관계를 지키기 전에 나를 먼저 지켜보자는 뜻이다.
내 마음을 돌아보고
마음의 소리에 한 발짝 다가설 때
관계는 숨을 쉬며 마주 볼 수 있다.
"관계란 두 사람이 기대어 서는 것이 아니라,
각자 바로 서 있을 때 비로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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