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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운대 줌마 Sep 13. 2024

우리 마음에는 '그래도'라는 섬이
있다고 한다.

아무튼 가족

가족은 마지막 안식처 같은 곳이다.


"요즘 세상에 퇴직하고 누가 손주 봐주나?"

손사래 치는 부모들이 대세인듯하다.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나는 두 아들에게 빚진 게 많다.

35년간 맞벌이한다고

실컷 안아 주지도 업어 주지도 놀아 주지도 못했다.

친정엄마, 시어머니 손을 거쳐 종일반을 전전하며

아이를 키웠다.


그 애들이 제 자식들 봐 달라고 하면 

한 집당 한 명씩은 봐 줄 생각이다.

그 생각을 오래전부터 마음에 품고 산다.



35년전 출산 후,

삼일째 되던 날

거짓말처럼 젖이 한 방울씩 흘러 나왔다.

'엄마가 된다는 일이 얼마나 신성한 임무인가?' 

마음이 벅차 올라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 육아휴직 끝나면 모유를 계속 먹일 수 없으니 

아예 분유맛을 길들여야 한다."는


직장선배들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신이 아기에게 주는 단 한 번의 선물 같은 모유를

모질게 끊었다.

억지로 젖을 말리기 위해 약까지 사다 먹었다.


다들 그렇게 한다기에 

나도 별생각 없이 따랐다.


나라를 구하는 일도 아닌데 

갓난 아기마저 

친정 엄마 품에 맡기고 

기껏 60일 육아휴직이 끝남과 동시에

직장으로 스스럼 없이 나갔다.


아이 키우면서

애가 기침만 해도, 배앓이만 해도...

내 탓인 양 미안해졌다.

면역성을 높여준다는 모유를

못 먹인 게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다.


되돌릴 수 없는 일이지만

장성한 두 아들에게

" 엄마가 미안했다고, 아기때 모유를 못 먹여줘서..." 라고

꼭 말하고 싶다.




그 지난한 시간을 함께 통과하면서

아이도 자라고 

나도 더 단단하고 강한 어미가 되어갔다.


자식이 내 발목을 잡는 게 아니라

오뚝이처럼 일으켜 세우는 동력이고 에너지원이었다.




고맙게도 아들 둘 모두

제 짝을 만나고 가정을 이루었다.


손주라는 이음을 통해

부모와 자식, 손주

우리 가족은 아름다운 교집합을 이루었다.


새 생명의 탄생과 자람의 과정을 지켜보며

작은 변화에도 함께 놀라고, 함께 기뻐하고, 함께 나누며

매일매일 더 다정한 가족이 되어간다.


부모와 자식의 역할

역지사지의 입장이 되어봄을 통해

가족 구성원 간, 관계의 이해가 더 넓고 깊어지는 느낌이다.

가족공동체가 주는 기쁨, 따뜻한 위로와 나눔으로 

아자! 어자!

더 세상은 살 만해진다.




요즘 '저출산, 위기의 대한민국'이라는 

말을 들으면 내 일처럼 걱정스럽고 안타깝다.

다소 불공정한 사회시스템과 

지나친 경쟁위주의 교육 현실 

고용 불안과 미래 불안 등등

어른도 아이도 행복지수가 낮은 나라.


나 혼자 먹고살기도 힘든데 

자식까지 낳아 고생하며 살기 싫다는

젊은 세대들의 생각도 십분 이해가 간다.




'그래도'라는 섬.

우리 마음속에는 그 섬이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가족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 생각은 오래될수록 단단해지는 

시멘트 바닥처럼 더욱 공고해진다.


좋은 가정이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준다.

그래야 

나라도 건강해지고, 사회도 건강해지고, 이웃도 건강해지고...

무엇보다 내 삶이 더 건강해진다고 

나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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