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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운대 줌마 Oct 16. 2024

여행, 해맑게 빛나는 시간을 선물한다.

아무튼 여행

여행을 하다 보면 그 장소를 닮은 향기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체코 프라하가 내게 그런 곳이다. 


오래될수록 닳고 낡아져 초라해지는 게 아니라,

깊이 있는 아름다움으로 나이 들어가는 도시의 모습을

닮고 싶어 진다.




'프라하 야경은 누구라도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는 속설이 있단다.


그 말을 떠올리니 

야경을 기다리는 시간조차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듯 달달해진다.




해가 저물기를 기다리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석도 다리의 하나로 손꼽히는 

카를교 위를 되도록 천천히 예쁘게 걸어본다.


교각 아래로 첼로 선율처럼 유유히 흘러가는 블타강 

도시의 뾰족한 첨탑들

붉은 지붕의 회백색 건축물들이 어우러져

고풍스럽고 평온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중세도시로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하다.


 '성 얀 네포무츠키의 왼쪽 동판의 강아지를 만지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가이드의 말이 떠올라 동상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동상은 금방 눈에 띄었다.

피부와 머리 색깔, 언어까지 다른 사람들이

동상에 와글와글 벌떼처럼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참 웃프다.


'사람들은 무슨 소원을 빌려고 저리도 몸부림일까?'

궁금하고도 애잔한 마음이 든다.




해가 지고도 한참 동안 프라하성에 불빛이 들어오지 않아,

군집하여 기다리는 사람들의 조바심을 태웄다.


거진 9시가 다되어서야

궁전에 불빛이 하나씩 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은은한 불빛들이 블타강 강물 위로 반사되어 조명을 밝힌 듯 

환상적인 풍광을 만들어 낸다.


사람들 얼굴도 일시에 달처럼 환해지며

와~ 와~

조용한 탄성이 터져 나온다.


국적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함께

감동의 바다에 퐁당 빠져드는 느낌.

이 느낌!

이 순간이 참 좋다.


시끌벅적했던 소리들도 잠시 잦아든다.

일부러 사진을 찍지 않고 

이 순간에 가만히 머물러 보기로 한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살아 있음의 기쁨이 충만해지는 느낌.


국적불문 낯선 사람들에게도 따스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마음이 아름다워지는 시간.


사람과 세상, 내 삶을 모두 사랑할 것만 같은 

해맑게 빛나는 시간을 선물해 준다.


이 장소와 오래 사랑에 빠질 것만 같다.

일상이 힘들게 느껴지는 어느 날

돌아갈 마음의 거처를 하나 얻었다.


체코 프라하 카를교에서 바라보는 야경!! 

내 가슴 속 힐링 스페이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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