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여행
공간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
할슈타트는 내게 그런 장소였다.
오스트리아 잘츠캄마쿠트의 진주라는 아름다운 수식어를 가진 곳.
알프스 기슭의 작은 마을 햘슈타트.
마치 동화 속 마을로 걸어 들어가는 듯하다.
장화 신은 고양이처럼 눈이 동그레지며
호기심 가득한 모습으로 기웃기웃한다.
마을을 채 둘러보기도 전에
'이곳에서 딱 한 달만 살아봤으면 좋겠다.'
감당하기 힘든 꿈이 생겨 버렸다.
아버지의 굽은 등 같은 묵직한 산 그림자가
데칼코마니처럼 깊고 진하게 드리운 조용한 호수에
단번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다.
이곳에서는
호들갑 떨던 여행사진 찍기 놀이도
유치해져 버린다.
재잘재잘 많아지는 말도
참새처럼 경박하게 여겨진다.
그저
호숫가에 앉아
잠시라도 침묵하고 싶어 진다.
'남은 인생 저 호수처럼 잔잔하고 평온하게 살고 싶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마음이 생각의 빗장을 연다.
저 말간 호수에
진드기처럼 덕지덕지 붙은 삶의 떼를 씻어내자.
'내려놓자. 놓자.' 하면서도 시시각각 일어나는 돈과 물질에 대한 욕심.
남들과의 비교, 질투심.
질병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과 미래 불안.
무엇보다 습관처럼 하는 자잘한 걱정들...
마음을 빨래하듯 헹구어낸다.
쓱싹쓱싹.
탁탁탁.
일 그램쯤 가벼워진 마음을 안고 일어선다.
마을을 찬찬히 둘러보기로 한다.
자연을 일도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어깨동무하듯 정겨운 마을의 모습에 놀란다.
산비탈에 제비집처럼 올망졸망 아기자기한 작은 목조 주택들
서로 숨바꼭질하듯 재미있고 구불구불한 골목길
많이 팔려고 욕심부리지 않는 자그맣고 예쁜 구멍가게들
집집마다 베란다에 내놓은 알록달록 앙증맞은 꽃화분들
간결하고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삶의 향기가 소올솔 묻어난다.
그림같은 호수를 앞마당처럼 두른 할슈타트!!
동화책처럼 예쁜 마을이 오래오래 남아 있어서,
세상에 지친 여행객들에게
잠시라도
아이처럼 밝고 맑은 웃음을 찾아주기를
엄마품 같이 따스하고 평온한 시간을
선물해 주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