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축제
어느 때부턴가 설레는 마음을 잃어버린 듯하다.
모습이 늙어가는 건 받아들일 수 있어도
마음의 노화는 어떻게든 살려내고 싶은 심정이다.
영화도 보고, 전시회도 가고, 콘서트장에도 가고,
빨간 머리 앤 오디오북도 다시 듣고...
나름대로 마음 안티에이징 처방을 해본다.
며칠 전 영화의 전당에서
'사랑과 영혼' 을 보았다.
1990년대, 내 나이 삼십 대에 보고
30년 만에 다시 보게 된 샘이다.
'세상 어디에 있든 나는 오직 당신을 향합니다.'
영화의 메시지에
청춘시절보다 더 가슴이 찌릿해왔다.
남자 주인공 패트릭스웨이지의 데미무어를 향한
애틋하고 순전하며 절절한 사랑의 눈빛!!
사랑의 용광로 같은 그의 뜨거운 사랑이
영혼마저 그녀의 곁에 머물도록 만든다.
영화를 보는 내내 ost가 생생히 되살아 났다.
'오 마이 러브~~~~'
'여자로서 그런 사랑의 눈빛을 한 번만 받아 본다면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다.'
생각을 하니
피씩 웃음이 나온다.
이 바보야, 영화잖아! 히힛
아무튼
오랜만에 설렘을 맛보았다.
쓸쓸해진 11월에는
부산시민들에게 주는 마시멜로처럼
불꽃축제가 있어 참 좋다.
올해는 불꽃축제를 가족들이 함께 보기로 했다.
멀리 수원에 사는 아들까지 온다.
여섯 살 난 손주 이준이가 와준다니
기쁘다! 기뻐!
설렘의 비법 처방이라도 쓴 듯
설렘지수가 급상승한다.
뻥! 뻥! 뻥! 뻥!
깊어 가는 가을밤 하늘에 팡파르가 울려 퍼지자,
수많은 불꽃들이 나비 떼처럼 아름다운 향연을 벌인다.
와! 와!
사람들의 조용한 감탄 소리가
이토록 아름답게 들릴 줄이야!
설렘과 환희에 찬 눈동자로
밤하늘을 응시하는 이웃들의 모습이
아이들처럼 순하고 맑다.
광안리를 주 무대로 동백섬, 이기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불꽃쇼는
그야말로 감동의 도가니 그 자체다.
시쳇말로
한 번도 안 본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것 같은
축제 중의 축제다.
형형색색의 별빛들이 와르르 와르르 쏟아지며
우리네 삶을 한없이 축복해 주는 느낌!
밤하늘을 열대어처럼 아름답게 유영하며
'이 순간을 즐겨요!' 다정하게 속삭이는 느낌!!
광안대교를 타고 불빛이 주르륵주르륵
나이아가라 폭포수처럼 흘러내리자,
걱정 근심이 다 씻겨 내려가는 느낌!
지금 이 순간
마음을 다해
설렘과 감탄, 기쁨과 환희를 맛본다.
사랑하는 가족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오늘만 같은
기쁨과 평화로운 날들이 이어지기를 축복해 본다.
불꽃은 이내 사그라들지만
그 불씨는 가슴에 남아
생의 온기가 채워지는 느낌으로 충만해진다.
돌아오는 발걸음에
룰루랄라 ~~
설렘과 기쁨의 음표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