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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경 May 16. 2021

독서 일기: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2021-05-16 일요일



이북으로 시집 읽기는 오랜만이다

서점 가기에는 비가 너무 많이 왔다




대립


너무 과하거나

너무 부족하거나


너무 살쪘거나

너무 말랐거나

혹은 하찮다.


웃음 혹은

눈물


미워하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얼굴이

압정 대가리 같은

낯선 이들


피가 흥건한 거리를

활보하며

포도주 병을 흔들고

총검을 휘두르고

처녀들을 따먹는 군대.


혹은 마릴린 먼로의 사진이 있는

싸구려 방 안의 노인.


외로움이 비대한 세상

느릿느릿 가는 시곗바늘에 그것이

보일 정도.


사랑해서 혹은 사랑하지 않아서

사람들은 녹초가 되고

망가진다.


일대일로 서로를 대할 때

사람들은 상대에게 친절하지 않다.


부자는 부자에게 친절하지 않고

빈자는 빈자에게 친절하지 않다.


우리는 두려워한다.


우리의 교육 제도는 

우리 모두가

거만한 승자가 될 수 있다고 가르치면서


시궁창이나

자살에 대해서는

말해 주지 않는다.


손길 한 번 못 받고

말 상대 하나 없이


화분에 물을 주며


한곳에서 

홀로 아파하는

한 인간의 공포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서로에게 친절하지 않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친절하지 않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친절하지 않다.


앞으로도 쭉 그럴 테고

친절하라고 부탁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나는 때때로 그걸

생각한다.


구슬 목걸이는 여전히 흔들거릴 테고

구름은 여전히 피어오를 테고

살인자는 여전히 아이의 목을 딸 테지

콘 아이스크림을 뭉텅 베어먹듯.


너무 과하거나

너무 부족하거나

너무 살쪘거나

너무 말랐거나

혹은 하찮다.


사랑하는 사람들보다 미워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사람들은 서로에게 친절하지 않다.

그러지만 않아도

우리의 죽음이 이처럼 슬프지는 않을 텐데.


내내 나는 어린 소녀들을 쳐다본다

기회의 줄기를

기회의 꽃을.


분명 길이 있을 것이다.


분명 우리가 아직 생각지 못한

길이 있을 것이다.


누가 내 안에 이런 두뇌를 넣어 놨나?


그것이 울부짖고

요구하고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없다"고는

말하지 않겠단다.




좋아하는 부분 원문 "Our educational system tells us/that we can all be/big-ass winners./It hasn't told us/about the gutters/or the suicides./or the terror of one person/aching in one place alone/untouched/unspoken to/watering a plant." 원제는 the crunch다.





인천 여중생 성폭행 투신 사건에 대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남학생 셋이 한 여학생을 성추행, 성폭행 하고 이 사실을 SNS에 유포해 피해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며칠 전 가해자들에게는 실형이 나왔지만

피해자의 인생, 유족들의 상처를 누가 어루만져줄 수 있을까 


터무니 없이 적은 형량 (가해자 중 SNS 유포자는 징역 4개월 집행유예 1년)

항소심이 시작된 지 1년이 넘은 시점에서의 구속

심지어 가해자들이 대학교에 다니고, 사회생활을 하니 감형을 원한다는 소식이 어처구니가 없다

학업에 집중하고 싶다며 "일상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유족이 아닌 가해자들의 말이다


일상이라니... 남의 일상을 멋대로 망쳐놓고서

몇 년 실형을 살고 나와도 창창한 20대고 아무 일도 없이 잘 살 거라는 생각을 하니 

법이 제 기능을 하고 있는가 싶다


https://news.lawtalk.co.kr/article/2JNGYQIAPIOP

https://news.lawtalk.co.kr/issues/3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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