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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경 Jun 08. 2021

독서 일기: 성동혁 발레 3

2021-06-08 화요일 근황이 조금 길어요


성동혁 시인은 2014년 《6》이라는 시집으로 인기가 많았다.

시인이 인기를 얻었다고 말하니 어불성설인 것 같지만(?)

14-15년도 쯤에 정말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한 번은 수업 당시

이 시인의 시 때문에

학생들과 교수 사이에 논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벌써 7년이 다 되어가는 시집이다.

시인은 2021년에도 계속하여 시를 쓰고 있는 듯하다.

읽어보니 예전과 스타일이 달라졌는데

여전히 좋은 시를 쓰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요즘 시가 더 좋다.

몇몇 교수들은 그가 젊음 + 인기 + 시인의 생애로 반짝 빛나는 시인이라고 여겼지만

학생들의 말이 옳았던 걸로... ^^;


시인은 투병 중이고

그래서인지 몸이 아프거나 정말 이 고통을 나밖에 알아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생각난다.




발레 3


많은 비문은 껍질을 까놓을 때 생겨나죠 그대로 둘 것을


발길에 채는 건 모두 당신이 던져놓은 것이라 생각하며 걷던 날들은 얼마나 어리석었나요


귤이 마르고 있죠 끈이 풀린 채 걷다가

귤을 까놓고 나온 걸 알았죠 끈이 풀린 채

걷다가


빈 화분 들고

나섰죠

처음 간 공원에

있었죠


누구도 끈을 매어주지 않았다면

풀릴 이유도 없어야 할 텐데


귤은 마르고 있고

끈이 풀린 채

걷고 있었죠 혼자선

처음 간 공원에서


겨울은 결심만 하다가 저물고


안전벨트를 맬 때의 소리와

레 파 라를 동시에 누를 때 나는 소리는 닮았고


상관없는 일들을 기어코 이을 필요는 없겠죠 그대로


넘어가는 해가 빈 화분 안으로 들어간 건

아무래도 그냥 일어난 일 같지 않았죠


화분을 안고 울었던 건 왠지 부끄러워 여기에만 적어놓아요 여력이 있는 사람 이 행을 찢더라도 원망하지 않아요


물을 주지 않아서 죽은 게 아니라

물을 많이 줘서 죽었다는 말

둘은 어떻게 다른지 생각하다가

화분이 아닌 다른 것이 텅 빌까 두려웠죠


빈 화분 안으로 들어오는 해를 안고


마르고 있는 귤들 사이에 서 있죠


끈이 풀린 채


있죠


ㅡ2021년 1월호 공시사(공정한시인의사회)


https://blog.naver.com/sidong6832/222192351316

위는 원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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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을 통해서는 "나는 이 꽃을 선물하기 위해 살고 있다"(리시안셔스)던 시인이

2019년 《아네모네》에서는 "난 꽃 이름을 모두 알던 사람인데/이제 그것들을 꽃이라고만 부른다"(연못)이라고 말한다.

슬픈 일이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중에 서사무엘이라는 가수가 있는데

이 가수는 15년도에 'FRAMEWORKS'라는 앨범을 통해 '살아'와 같은 곡으로

하늘이 맑다며... 영원하다 믿지 말고 더 집중하며 살아야 한다는 노래를 했는데

(되게 희망 청춘 같다)


20년도에 들어서서는 ('UNITY 2')

"내가 싫어질 때/숨이 막혀올 땐/날씨 탓이나 하고/넘겨짚는 습관이 생겨"라며

"하늘은 여전히 맑고 높아 살아를 썼을 때와 똑같아"라고 노래한다.


하늘은 여전히 맑고 높고 똑같고

세상은 똑같이 동일하다는 게

어떤 때에는 희망이었지만

또 조금 지나고 나면 어떤 저주 같은,

그래서 체념하게 되는 그런 무시무시함이 있는 것 같다.


나도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산다는 게

드라마틱한 희망이나 우울보다는

그냥 굉장히 지겹고 벅찬 일인 것 같다는 생각.




저의 일기 (근황)


요즘

이사를 준비하고 있고

몸이 조금 좋지 않아요.

원래 여름에는 좀 아픈 습관이 있는데

올해는 고약하네요. 

시간이 빠듯했어서 병원을 가지 못했어요.

약을 처방받지 못해서인지

불안함이 너무 심해지고, 감정 컨트롤이 안 되서

예민하고 그게 육체적인 스트레스로 나타나고 있네요.

내일 급하게 병원에 가서 약 처방을 받기로 했습니다.

여러분 ...

아무리 바쁘셔도

의사와 상의 없이 갑자기 약을 중단하지 마세요.

생각보다도 후폭풍이 너무 심하네요. ㅠ

이사를 가면 병원도 다시 알아봐야 하는데 

토요일 오전에도 초진을 받아주는 병원이 있을까 걱정이네요.

초진 진료는 또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이사 가는 이유는

일을 하게 되었어요.

일을 한다는 건 좋아요.

저는 꽤 일을 하는 걸 좋아해요.

사랑 받는 것보다도

쓰임 받는 것에 더 기쁨을 느낍니다.

(어쩌면 사실 둘은 비슷한 거지만

사랑은 내 쓸모가 없어졌어도 어느 정도 나를 포용하는 감정인 것 같고

쓰임은 스스로 성과를 내고 증명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어요. 제게는...)


한 몇 주 사람이 좋았는데

이제 또 사람 만나는 게 좀 싫은 시즌이 되었어요.

사람 자체가 싫은 건 아니지만,

내가 예민해져 있으니까 그냥 타인과 함께 있는 것이 굉장히 스트레스예요.


스트레스 때문에

저녁이나 밤에 잠깐 전원 꺼지듯 3시간 정도 자고 

새벽에는 아예 잠을 자지 못해요.

아침에 날이 밝으면 3시간에서 5시간 정도 추가로 자서

하루에 총 두 번을 자는 ... 기묘한 생활을 하고 있어요.

어차피 출근을 하게 되면 고쳐지겠지 조금 안일하게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도 병원은 가려고 해요. 당연히...)


너무 우울한 이야기만 썼는데

쓰임 받는다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게 쌓인다는 점이 희망적이에요.

초반에 조금 고생하고나면 더 인정 받고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런 경험을 하면서

내 감정과 시간을 솔직히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친구들과 함께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좋아요.

위에서 사람을 만나기 싫다고는 했지만 그건 좀 시즌 같은 거고 (?)

사실 저는 사람 자체는 좋아하기 때문에...


힘들다는 얘기는 별로 적고 싶지 않은데

만나는 사람들한테 잘 안 하다보니 개인 블로그에 적게 되네요.


또, 요즘은

펜팔을 해요.

펜팔을 하면

죽고 싶다는 편지를 정말 많이 받아요.

그러면 저는

나를 믿고 살아달라고 해요.

살고 나면

언젠가 그때 삶을 포기하지 않아서 

참 괜찮다, 싶은 순간이 오더라구요. 

그래서 나름 내가 할 수 있는 위로를 할 수 있어서 요즘은 편지를 써요.

여러분도 힘드시겠지만, 힘드셔도, 누군가와 이어져 있다는 생각,

사회와 함께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고 용기를 잃지 않길 바랍니다.


안녕!

출근해서 또 쓸게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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