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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K Sep 22. 2019

노예제 아래 잔혹했던 모성애. 빌러비드. #독서



BELOVED. 사랑받는. 사랑받은. 사랑받았던 아이. 빌러비드.







이 소설은 아픔에 관한 이야기이다. 아프리카에서 미국으로 팔려온 흑인들의 노예생활이 얼마나 끔찍했는지, 얼마나 가축 같은 삶을 살아야 했는지, 그 삶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자유를 어떤 각오를 했어야 했는지.. 

자신의 딸을 노예제로 돌려보내지 않기 위해 두 살배기 딸을 살해할 수밖에 없었던 실존 인물 '마가렛 가너(Margaret Garner)'에 대한 이야기를 소설로 엮어낸 작품이다. 


최근 명을 달리하신 작가이기에 한 동안 다시 화제가 되었던 작품으로, 애정 하는 독서모임 '언그독'에서 지정한 이번 달의 책이었다. 읽는 내내 고통스러웠고, 아무 기록도 없이 이 책을 덮기에는 도무지 마음이 편치 않아 노트북을 열게 되었다.









1993년에 미국에서 흑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여성 '토니 모리슨(Toni Morrison)'의 작품으로, 토니 모리슨은 1987년 완성한 이 작품으로 1988년 퓰리처상을 수상하였다. 작가는 노예 생활을 겪지 않았으나, 선조를 통해 구전으로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으며, 실제로 살면서 경험한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토대로 작품을 집필하였다. 젊은 작가에게 "마흔 살에 시작하라"라고 조언하는 그는 39세의 나이에 등단하였으며, 총 11권의 작품을 집필하였고 그중 빌러비드는 실존 인물이었던 여주인공의 삶을 다룬 오페라로도 만들어냈다.


19년 8월, 그가 죽었을 당시 오바마는 트위터에서 “모리슨의 글은 우리의 양심과 도덕적 상상력에 대한 아름답고도 의미 있는 도전이었다”라고 추모했다.







(주의 : 여기부터는 줄거리를 포함한 스포가 있습니다)



주인공 세서는 죽은 첫째 딸의 비석에 겨우 한 글자만 적을 수 있었다. 빌러비드. 그 마저도 몸을 팔아서. 그녀는 유령이 나온다고 소문난 저택에 단 하나 남은 자식인 막내딸 덴버와 살아가고 있다. 시어머니인 베이비 석스도 죽고 없고, 아들들은 저택에 질려 도망갔다. 저택에서는 기괴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두 사람은 그게 죽은 두 살배기 아이의 유령의 짓임을 알고 있다.


세서가 도망쳐왔던 농장인 스위트팜에서 같이 일했던 남자 폴 디. 그가 찾아오며 이야기가 전개되기 시작한다. 세서는 그를 만나며 지우고 싶었던 기억을 차츰 꺼내게 되고, 그는 세서를 위로해주며 집에 머무르기 시작한다. 엄마를 뺏긴 기분을 느낀 데다, 유령을 쫓아냈다고 자신의 유일한 친구라 믿었던 유령이 사라지자 덴버는 폴 디를 싫어하게 된다.


어느 날 셋은 함께 서커스를 보고 오는 길에 길에서 한 여자를 만난다. 매끄러운 피부의 여자. 그 여자는 많이 아파 보였고 집에 데려와 간호해주며 알아낸 이름은 '빌러비드'. 세서에게 자꾸 과거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고, 덴버와 곧 잘 어울리는 그 여자가 등장한 이후로 이야기 초반만 하더라도 듬성듬성 나왔던 줄거리가 세서, 폴 디, 그들의 주변인들이 겪었던 참혹한 과거로 촘촘히 채워진다. 결국 빌러비드의 존재가 밝혀지며 이야기는 절정으로 가게 된다.


노예는 소유주에게 있어 사고파는 물건이었고, 자식을 낳으면 재산이 불어나는 것이며, 강간의 대상이었고, 일을 해주는 가축이었고, 입과 혀가 변형되도록 재갈을 물려 말과 생각을 없애야 편했고, 아무렇게나 죽이고 괴롭혀도 되는 장난감이었음을. 이 책은 담담하게, 그리고 대담하게 독자에게 고발한다. 같은 인간으로서 그들이 당했던 고문과 핍박이 얼마나 트라우마로 남았을지. 


아마도 소설을 끝까지 힘겹게 끝낸 독자들 중 누군가가 '극적인 내용을 가미한 소설일 거야'라는 식의 마음의 위안을 얻으려 한다면, 이 책의 배경이 된 마가렛 가너 사건을 들여다보는 순간 희망을 잃게 될 것이다.







마가렛 가너는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전, 켄터키 농장에서 일했던 흑인 노예이다. 1856년 식구들과 함께 얼어붙은 오하이오 강을 건너 신시나티로 갔으나 노예사냥꾼들과 보안관들에게 붙잡혔다. 그녀는 자신의 어린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비참한 노예의 삶을 살게 하지 않기 위해 모두 죽이려 했으나, 어린 딸만 죽고 다른 아이들은 다치는 데에 그쳤다. 그녀의 변호인은 '도망자 노예법'에 비교적 관대했던 오하이오에서 살인죄로 재판을 받게 하려 노력하였으나, 결국 켄터키에서 주인의 재산(본인과 자식들)을 후미고 파손했다는 죄목으로 재판을 받았다. 남은 여생도 끝까지 노예로 팔려나가 병으로 생을 마감했다고 알려져 있다.



가너는 뮬라토라고 기록이 되어있다고 한다. 뮬라토는 흑인과 백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람으로, 피부가 황갈색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뮬라토를 낳은 여자와 뮬라토는 불명예와 치욕으로 여겨져 흑인들 사이에서도 외면을 당해 갈 곳이 없어 팔려 다니거나 범죄의 대상이 된다고 한다. 가너의 아이들 또한 뮬라토였으며, 그 아이들은 가너의 주인이 와이프가 임신한 틈을 타 성욕을 해소하고자 저질렀던 강간의 결과물이었다. 가너는 재판 당시 네 명의 아이를 낳았던 엄마였으며, 21~23살 정도로 보였다고 한다.



가너의 삶에 대한 이야기는 2005년 오페라 '마가렛 가너'로 만들어져 그 해 미시간, 신시나티, 필라델피아에서 공연되었다.









이 책은 끊김 없이 읽히는 반면, 현실인지 몽상인지 구분이 어려운 몽롱한 상황이 계속된다. 대학에서 버지니아 울프와 윌리엄 포크너를 연구하였다고 하니, 그들의 영향을 받아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화법을 구사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내게는 다소 끝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마무리였으나, 마음속에 파괴적인 큰 돌덩어리를 심어준 책 임에 틀림없다. 이 감정을 얼른 딛고 일어서되, 다시금 새기게 되는 말들이 있다.


'과거는 잊지 말아야 한다. 똑같은 실수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된다.'






# 토니 모리슨이 남긴 말 들 :


" 나는 혼자 몰두해서 자신의 상상력을 글로 옮기는 것에는 관심이 없어요··· 맞아요, 작품은 정치적이어야 해요. "

" 인종차별의 매우 심각한 기능은 집중하지 못하게 한다는 점이다. 그것은 당신이 일하는 것을 방해하고, 당신에게 당신이 존재하는 이유를 계속해서 설명하게 한다. "

"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 "




# 참고자료 :

한겨레 / 토니 모리슨 “예술은 아름답고도 정치적이어야” http://www.hani.co.kr/arti/culture/religion/907889.html

정준극 블로그/ 마가렛 가너는 누구? http://blog.daum.net/johnkchung/6826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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