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차가워지는 이유

by 드타

감정은 배설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하는 것이다.

요즘 일이나 가족,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다 보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든다.

"왜 저렇게 감정적으로 구는 걸까?"

"다 큰 어른이 왜 저러지? “


하지만 돌아보면, 나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우리가 감정을 터뜨리는 대상이 언제나 멀고 낯선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가장 사랑하는 사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더 쉽게 말이 거칠어지고 태도가 차가워진다.


왜 그럴까?


사람의 뇌는 사랑하는 사람을 ‘내 몸의 일부’처럼 인식한다고 한다.

사랑하면 할수록,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나의 일부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 몸이 통제되지 않을 때 가장 큰 답답함을 느낀다.


예를 들어, 몸살이 났을 때처럼.

아무리 눕고 쉬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내 몸이 말을 듣지 않을 때.

그때 느끼는 무기력과 분노는 아주 익숙하다.


가까운 사람이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여주지 않을 때의 감정도 그와 비슷하다.

“왜 그 말도 못 알아들어?”

“왜 자꾸 그런 식으로 행동해?”

그 순간 우리는 상대를 독립된 인간으로 보기보다, 마치 내 몸 일부처럼 간주하며 통제하려 한다.


그리고 그 통제가 잘 되지 않을 때, 비수가 되는 말이 튀어나온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차가워지는 이유는

그 사람이 ‘남’이 아니라 ‘내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너무 가까워서 거리 두기를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사람 대 사람으로서의 선한 말을 고르고 감정을 다듬는 예의를 우리는 때로 가까운 사람에게만 생략한다.

"가족이니까 괜찮아."

"오래 봤으니까 이해해 주겠지."

이런 말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가장 익숙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진짜 친밀함이란,

감정을 날 것 그대로 쏟아내는 것이 아니라,

내 감정을 내 안에서 먼저 정리하고 ‘전달’하는 방식으로 다듬는 것 아닐까?


우리는 매일 수많은 감정을 느낀다.

그리고 그 감정은 반드시 어디론가 흘러간다.

그게 표현이 되면 관계는 더 깊어지고,

그게 배설이 되면 관계는 쉽게 무너진다.


내 감정을 무조건 참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감정은 표현하되, 배설하지 말자.

특히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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