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e is gone

by 인정

록 그룹 Black Sabbath의 She is gone이 진한 전자 기타 소리가 나의 청각을 깨웠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웃음이 저절로 터진다.

대학 입학 후 첫 미팅이 있던 날이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만난 의예과 1학년인 그 친구의 이름은 기억 나지 않으나 얼굴은 어렴풋이 그려진다. 크지 않은 체구에 동글동글한 귀여운 인상인 그와 어색한 인사를 나눈 뒤 커피를 마시고 나니 침묵의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부산하게 무언가 주섬주섬 찾더니 카세트와 이어폰을 탁자 위에 꺼내놓으며 요즘 본인이 심취해서 듣는 음악이라며 한번 들어 보라고 한쪽 이어폰을 건넸다. 좀 당황스러웠지만 한쪽 귀에 꽂고 들어 보았다. 전자 기타 음과 낮게 깔리는 전주에 뒤이어 She is gone하고 첫 소절이 내 귀에 꽂혔다. 그 친구는 너무 좋지 않냐며 나의 공감을 끌어내려고 열심히 Black Sabbath 그룹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She is gone을 가만히 듣고 있자니 나보고 떠나라는 의미인지, 애프터 신청을 안 하겠다는 뜻인지 이리저리 머릿속이 짧은 순간 복잡해 지기 시작했다. 오빠의 영향으로 초등 시절부터 팝송과 오디오에 일찍 눈을 뜬 나는 사실 그 노래가 놀랍지만은 않았다. 괜히 멋있는 척하려고 “참 듣기 좋아요.”를 연발하며 속으로 “재수 없는 놈, 잘난 척 하기는”하고는 2~3번 만나고 인연을 끝냈던 시절이 있었다.

오늘처럼 비 오는 날 그 시절로 돌아가 유투브에서 She is gone을 찾아 들어 본다. 노래를 듣고 있자니 80년대 종로에 있던 다방의 풍경이 너무 그리워진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나올 때를 기다리며 친구들과 성냥개비 놀이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테이블마다 놓여 있던 프림 통과 각설탕 통도 진한 추억으로 생생하게 떠오른다. 20대의 거침없던 생각과 행동이 비와 음악으로 다시 소환되어 내 눈앞에 펼쳐지니 왠지 가슴이 다시 뜨거워진다. 과거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그 친구를 다시 만나 나란히 앉아 이어폰을 나누어 끼고 She is gone을 진하게 들어 보고 싶다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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