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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스 Nov 01. 2022

[달러와 유가] #1 사우디와 미국의 애증 관계

'페트로달러'_미국이 기축통화국의 지위를 갖기까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강도 높은 금리인상 정책을 펼치는 미국은, 금리보다 '이것' 때문에 골치가 아팠습니다. 바로 #유가 입니다.  바이든 정권에 대립각을 세우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때문인데요. 유가에 대해 설명할 때 중동(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과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았다면, 오늘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의 시작_2차 세계대전 이후

 

 두 나라 관계의 시작은 2차 세계대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산업의 발전을 위해 막대한 원유가 필요했습니다. 당시 신생 국가 수준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지역 내에서 자리를 잡기 위한 힘이 필요했죠. 사우디는 미국에 값싼 원유를 제공했고, 미국은 사우디에 무기와 안보력을 제공했습니다.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았던 겁니다. 



 사우디는 미국에 기름을 팔아서 돈을 벌고, 그 돈을 다시 미국의 무기를 사는 데 사용했습니다. 덕분에 사우디는 미국의 강력한 무기와 안보력으로 경쟁자인 '이란'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에 대한 내용은 이전 유가와 중동 관련 브런치 글을 참고)을 압박하며 중동의 패권 국가로서 자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원유를 달러($)로만 대금을 결제할 수 있는 #페트로달러 의 힘 덕분에 전 세계 금융의 중심인 기축통화국이 될 수 있었죠. 서로 윈윈!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가 반드시 필요했던 만큼, 사우디의 적이었던 이란을 압박하고 핵 무기 제재 등을 통해 사우디가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중동의 균형을 맞췄습니다. 쉽게 말해, 대놓고 편애했다고 볼 수 있죠. 사우디는 미국이 없으면 안 되었고, 미국도 사우디가 없으면 안 되는 전략적 동맹관계로서 긴 시간을 함께 해왔습니다. 



서로에게 득이 되기에 견고해졌던 그들의 관계는, 서로에 대한 의존도가 컸던 만큼 이 의존도가 언젠가 서로에게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때문에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서로 기회만 보고 있었지도요. 서로 필요했고, 서로 성장했으나, 서로의 약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불안한 관계의 지속..








그로부터 얼마 후, 2001년 [911 테러]


 많은 분들이 기억하실 겁니다. 이슬람 극우파 세력 IS/탈레반은 미국의 심장부인 쌍둥이 빌딩을 공격하며 대참사가 일어났습니다. '미국 본토에 테러라니??'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지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었죠. 여담으로 당시 주식시장도 대부분 종목이 하한가에 잠겼다던 전설이 전해졌던..


911 테러 당시 사진


 이슬람 종교는 크게 두 개의 파로 나눌 수 있습니다. 시아파와 수니파. 같은 이슬람이지만 파가 다르단 이유로 살상도 마다하지 않죠. 시아파의 대표적인 나라는 이란, 수니파의 대표적인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입니다. 당시 911 테러로 '이슬람=테러' 이런 낙인이 찍혔는데 문제는, 911 테러를 일으킨 IS/ 탈레반 세력은 수니파였습니다. 그동안 미국은 수니파인 사우디를 도와줬고, 시아파인 이란을 압박해왔고 덕분에 수니파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도록 했는데 말이죠. 미국 입장에서는 제대로 뒤통수를 맞은 겁니다. 물론 수니파라고 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한 테러는 아니겠지만 수니파의 몸통은 사우디입니다. 911 테러의 주범들은 심지어 사우디아라비아 국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사우디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지 못했습니다. WHY?

서로가 없으면 안 되는 관계이기 때문이죠. 미국은 기름이 필요하고, 그 기름은 사우디에서 얻을 수 있었으니까요. 서로에게 없으면 안 되는 관계가, 곧 '독'이 되어버린 겁니다. 만일 그 테러가 수니파가 아닌 북한이었다면? 평양에 미사일이 날아갔을 겁니다. 


 

 미국은 911 테러의 주범인 극단주의 수니파 IS/탈레반을 소탕하기 위해 중동 국가로 향했고,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의 숙적인 시아파 수장 격인 이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과 이란이 가까워졌죠.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게 이란은 자신들을 위협하는 최대 안보 위협 세력입니다. 


쉽게 생각해서 미국이 북한과 갑자기 친하게 지내고 북한을 도와준다면? 그동안 미국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던 우방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꽤나 당혹스러운 일일 겁니다. 배신감도 들 테고요. 당연히 사우디 내부에서도 반미 감정은 커져갔습니다. 미국은 사우디에 있는 미군 대부분을 철수시켰습니다. 


하지만 미국은 기름이 필요했고 사우디는 무기와 안보력이 필요했던 이해관계 때문에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지속되었습니다.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_'버럭' 



 서로에게 의존도가 큰 이 상황을 깨부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위해 셰일가스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했고, 결국 미국은 러시아와 사우디를 뛰어넘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었습니다. 기름이 필요해서 어쩔 수 없이 사우디에게 맞춰줘야 했던 관계의 균형이 금이 가기 시작한 겁니다. 하지만 사우디는 여전히 미국의 힘이 필요했고 미국 입장에서는 중동, 사우디가 과거처럼 전략적 중요도가 높지 않게 되었죠. 미국은 세계시장에 떠오르는 강자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아시아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중동의 평화는 지켜져야 편하기 때문에 이란과의 관계를 다지면서 이란과 사우디의 균형을 맞추려 했죠. 


 오바마 정권 때 이란의 핵합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란의 제재를 해제해줬고 또 사우디가 필요한 무기 수출도 여전히 해줬습니다. 이 또한 미국에겐 이득이 되긴 마찬가지였으니까요. 이란이 커질수록, 이란을 견제해야 하는 사우디는 미국에서 무기를 더 많이 사야 했고 미국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는 매우 화가 날 수밖에요. 솔직히 지금 경제패권을 가질 수 있었던 미국의 기축통화국의 지위는 본인들이 만들어 줬다고 생각하는데(원유를 달러로만 결제할 수 있게 했으니) 이젠 본인들만 미국에 아쉬운 소리를 하고 있으니 자존심도 상하고... 쩝. 


즉, 사우디는 오바마 (민주당) 정권에서 미국에 실망하게 되었죠. 그리고 미국의 다음 대통령은...






미국 제일주의 트럼프와 빈 살만 왕세자


 트럼프 대통령입니다. 미국이 돈 버는 게 제일 중요한 대통령이었죠. 사실 트럼프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오바마 정부의 행보가 이해가 안 갔을 겁니다.  



거기에 이란 제재 해제하면 이란 원유 시장에 나올 테고.. 그럼 기름값 떨어질 텐데 우리나라도 산유국인데 피해를 입잖아?? 안돼!! 다시 이란 제재!! 핵합의 무효다!!



이렇게 트럼프와 사우디의 관계는 다시금 가까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사우디에 혜성처럼 등장한 한 인물. 바로 '빈 살만 왕세자' 

이슬람 국가에서 여성 인권은 정말.. 참담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사우디 여성 운전 허용.

직장에서 남녀 함께 일 하는 거 OK.

여성 참정권 허용.

여성도 영화관 및 콘서트 관람 가능.

사우디 내에서는 종교적인 이유로 그동안 위의 내용들이 거부되었었죠. 그런 기존의 틀을 깨부순 사람이 바로 이 빈 살만 왕세자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권력이 있어야 가능한 법. 형제 상속 제인 사우디에서 다른 왕위 경쟁자들을 숙청하며 왕위 계승 서열 1위가 되었죠. 





현재, 바이든 정권과 사우디의 관계 악화


 빈 살만 왕세자가 우리 귀에 익숙한 이유는 #카슈끄지_암살의 배후라고 알려졌기 때문이죠. 카슈끄지는 사우디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언론인이자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였던 인물로 빈 살만 왕자를 비판하는 글을 많이 썼었죠.  터기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에서 사우디 암살자 15명에게 살해당하면서 심각한 인권문제로서 전 세계의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워싱턴포스트지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법적 거주지가 미국인 '언론인'이 사망했는데 모른 척 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사우디한테 직접적으로 따지기도 애매한 상황. 당시에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확실히 가려야 한다는 말은 많았지만, 사우디와 친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배후에 빈 살만이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흐지부지 넘어가버렸죠.  


당시 대통령 후보였던 바이든은 이런 상황을 참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바이든 대통령은 과거 오바마 정권 부통령이었습니다. 오바마 정권 때부터 사우디와 관계가 틀어졌고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핵심인물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실패,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망조를 보였던 거죠. 미국은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기름을 가지고는 미국을 압박할 수 없었던 사우디아라비아. 


하지만 코로나 이후 인플레이션으로 유가는 급등했고, 물가를 잡기 위해서 기름값을 잡아야 하는 게 미국의 상황입니다. 기름값이 하락하려면 기름이 많이 생산되어야 하는데 미국 혼자 많이 생산해봐야 한계가 있죠. 사우디와 러시아의 도움이 필요한데.. 사우디가 도와줄까요??


얼마 전까지는 미국이 갑이었는데,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가 갑이 되어버렸죠.




화가 난 미국은 바로 사우디아라비아에 제재를 가하는 모습입니다. 지금의 미국을 만들어 준 건 사실 사우디아라비아의 공이 컸습니다. 지금의 사우디아라비아를 만들어 준 것도 사실 미국의 공이 컸죠. 서로의 이익으로 성장했던 두 나라가 지금은 서로의 멱살을 잡고 있는 겁니다.






 자, 이제 이 이야기에 앞으로 등장할 게 중국, 러시아, 이란이겠죠? 오늘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미국의 관계]를 중점으로 두 국가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흘러 왔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떠한 상황인지 알아보았습니다. 오늘 1편에 이어 다음 2편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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