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건축가인 작성자가 공모전를 하며 프로젝트의 설명문으로서 작성한 글입니다.
환경 파괴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건축가에게 쓸모를 잃은 건축 폐기물로 창의적 공간을 구축하고, 순환적 생태계를 상상하는 과제를 주었다. 공모전 측에서 제공한 다양한 형태와 질감을 가진 건축 부재들은 흡사 David Tenier의 Leopold Wilhelm in his picture gallery in Brussels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건축가는 수집가가 아니라, 하늘을 짊어지는 아틀라스(Atlas)가 되어야 한다.
생태계의 근간은 무엇인가? 모든 실체는 태어나고, 자라고, 상처입고, 그러다 결국은 사라지는 자연의 엔트로피를 따르며, 건축 또한 그 행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제 자리를 잃은 건축은 자연으로 용해되기 직전에 폐기물 상태로 고물상의 저울 위에 연약하게 놓인다. 그 곳에서 건축의 신체는 숫자로 된 이름을 새롭게 부여받는다. … “8kg의 라디에이터는 3.2프랑, 10kg의 창문은 18.2프랑.” … 저울의 추가 기우는 순간, 건축의 모든 촉감과 실루엣은 잊혀지고 오직 무게만이 남는다. 매트릭스 공간은 이렇게 잘려나간 건축 신체들이 다시 담화 속으로 돌아가기 위한 정사각형의 저울이다. 한 때 황금 시대를 살았던 건축의 파편들은 10m x 10m의 삼차원 공간에서 x, y, z 좌표로 전환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질량은 보존되어 공간을 만드는 내적 법칙을 만들어낸다. 매트릭스 이면에 달린 건축 질료는 물에 반사된 아치처럼 스스로 현수선을 그려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다시 한 번 경험 제공의 기회를 갖게 된다.
참고로, 1950년, 현실의 모든 것은 매순간 변화하고 삶과 죽음의 수레바퀴가 계속된다는 윤회사상은 메타볼리즘의 건축철학의 뿌리로 강조되었다. 메타볼리즘 그룹 멤버인 구로카와 기쇼는 실제 도시 공간에 나카긴 캡슐 타워(1972)를 설계하며 메타볼리즘 건축의 몇 안되는 족적을 남겼고, 각각의 캡슐이 낡거나 못 쓰게 되면 새것으로 손쉽게 교체할 수 있게 설계해 신진대사의 이념을 구현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사실은 현재까지 단 하나의 캡슐도 대체되지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