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절없는 시간에 몸을 담그면
목까지 차오르는 응어리를 다시 삼키고
힘겹게 뱉어내는 반복이 정신을 피폐하게 만든다.
열정의 과부하는 스위치를 끄는 듯한 무기력을 숨기며
찌그러진 경첩이 새까만 연기를 내뿜는 때부터 나는
열정과 미련이 상극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우리의 수포는 빠져나가지 못한 찌꺼기의 응집이다.
생을 망라하는 비애가 틈을 비집고 스멀스멀 향을 내뿜으면
우리는 눈치채야 한다.
희망과 절망이 한 끗 차이라는 냉정한 법칙은 날을 세우고 있으며,
청춘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럽게 젊음을 팔았던 시간은
말이 좋아 낭만이지 뜬구름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뜬구름이 커질수록 강수량이 높아지는 것을.
진딧물 같은 것들이 내 단물을 빨아가면
설탕물이 빠진 앙상한 사탕수수가 된다.
그리고 오랜만에 고장 난 시계를 찾는다.
시간의 흐름에 무뎌지고 싶어서.
그 시간만큼 우린 더
투박하고, 과감해지고 싶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