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월급은 세후 200만원이다.

승진 축하해

by 주니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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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결심할 때쯤 남편의 소득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나도 사회초년생 때 첫 월급이 기억이 남는다. 세후 160만 원이 조금 안 되는 금액이었다.

이직 1번을 하고, 세후 200만 원, 300만 원...

차츰차츰 올려나가 8년 차쯤 되니 월 500만 원이 넘게 됐다.(물론 그쯤 되니 내 직업에 소득이 한계가 생겼다.)

남편도 그렇게 차츰차츰 올라가겠지 생각했다.


남편의 직업은 제2금융권 은행원이다.

결혼할 당시, 다들 남편 믿고 일 그만둬도 되겠다고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은행권도 은행권 나름, 같은 은행이어도 지점마다 달랐다.

남편 말에 의하면, 본인 지점이 가장 월급이 적게 받을 거라고 했다.


참고로 월 200만 원은 상여금, 성과급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월 180만 원 정도인데, 그나마 1년에 3~4번 성과급 같은 게 들어온다.

작년에 1년 동안 받은 월급을 월평균으로 따지니까 월200만원였다.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하진 않으셨지만, 소득이 적어 걱정을 많이 하셨다.

'괜찮아, 돈은 내가 벌면 돼. 언제는 사람 됨됨이만 보라며~~'하며 부모님께 괜찮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남편의 커리어가 쌓이고 이직이 가능한 시점이 되면,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남편은 성장주다'하면서 말이다.

남편도 아직은 연차가 적어서 이직이 어렵다고 했고, 기회가 있다면 이직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결혼하고 1년 정도 지나니 알았다.

남편은 무언가를 도전하는 것을 매우 두려워한다는 것을,

변화하는 걸 두려워한다는 것을,

이 직장에서 편안함을 누리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을 말이다.


신혼 때는 이런 이유로 참 많이 다투기도 했다.

그러고 아이가 생기고 엄마의 말이 문득 생각났다.

'지금은 네가 벌어도 되지만, 나중에 여자가 돈을 벌고 안 벌고 선택권이 있는 게 좋긴 해.'


엄마 말 안 들은 덕분에 나에게는 맞벌이, 복직이 선택권이 없었다^^

내 직업은 정년이 없다. 그 말은 무한정 일 할 수도 있고, 무한정 일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내 생각에는 내 직업에, 내 포지션은 수명이 짧다.


그에 반해 남편은 본인이 퇴사하지 않는 이상 정년이 보장되어 있다.

주말근무도 없고, 5시 퇴근에 야근도 적고, 임시공휴일이며 대체공휴일 등 쉬는 날에는 다 쉰다.

(난 대부분 이 모든 근무를 한다^^)


적게 일하고, 적게 받고

많이 일하고, 많이 받는

자연의 섭리랄까.


남편이 어제 회식을 하고, 승진했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월 10만 원 정도 더 오를 거야!' 하면서 뿌듯해했다.

월 10만 원보다 남편이 오랜만에 자신감 충만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뭉클했다.


남편에게 언젠가 한 번은 인생을 살면서 가장 큰 성취감을 느낀 게 뭔지 물어봤는데,

남편의 대답은 취업이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 남편의 자신감은 내가 지켜줘야겠다고 말이다.

지켜주지 못하더라고 적어도 깍지는 말자.

항상 돈 이야기를 하며, 남편을 벼랑 끝에 세우고 자존감을 깎아내리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오늘 남편에게 승진축하한다고 진심으로 말해줘야겠다.

승진 축하금도 줄 거야. 고마워. 고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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