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단편소설
질긴 명줄을 잡고
창으로 햇볕이 쏟아진다. 눈이 부시다. 저 창 좀 막아주세요. 창가의 연서는 말을 한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 들은 척도 않는다. 적막하다. 말이 있어도 말을 듣는 사람 없고, 말이 없어도 말을 하는 사람 없다. 옆 침대의 강노인도 한 노인도 장 노인도 미동 없이 조용하다. 평온한 것 같은데. 찬찬히 보면 일그러진 얼굴이다. 표정 없는 얼굴이 일그러져 보이다니. 연서는 거울이 보고 싶다. 표정이란 것이 있을까.
연서는 장 노인을 본다. 장 노인의 입가에 마른버짐이 피었다. 끊임없이 흐르는 침이 말라붙었다. 말라붙어 허연 침 위에 다시 침이 흐른다. 턱받이가 축축하다. 너무 비대해서 침대가 꽉 찼다. 환자복 윗도리의 단추 두 개가 풀렸다. 고창증 걸린 소처럼 빵빵한 허연 배가 쑥 나왔다. 장 노인도 물끄러미 연서를 본다. 생각이 있는 것일까. 눈동자는 힘이 없다. 그녀의 모든 것은 먹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끼니때가 된 것만은 정확하게 아는 시계다. 장 노인의 입에서 밥, 바압, 두 마디가 나오면 틀림없이 밥때가 된 것이다. 장 노인이 입을 벌린다. 밥, 바압.
장 노인 옆 침대에 누운 한 노인은 뼈에 거죽만 붙어 있는 미라다. 표백제를 바른 것처럼 얼굴과 목에 하얀 반점이 얼룩덜룩하다. 세계지도를 그린 것 같다. 가끔 왔다가는 노동자 풍의 아들과 간병인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젊어서 어루러기라는 피부병에 걸렸었기 때문이란다. 어려서 엄마는 들에 나가면 옷을 아무 곳에나 벗어놓지 못하게 했다. 목이나 손목 등 드러난 피부에 얼룩덜룩하게 무늬가 생긴다고 질색을 했다. 엄마는 뱀이 지나간 옷을 입거나 쥐가 오줌 싼 옷을 입었을 때 그런 피부병에 걸린다고 했다. 연서는 벌렁 드러눕고 싶을 만큼 탐스러운 잔디밭이나 가랑잎 위에 앉아보지도 못했다. 어루러기는 피부병 일종이라는 것을 학교에 가서 배웠다.
한 노인은 입을 쩍 벌리고 있다가 장 노인이 밥, 바압, 하자 그것이 신호라도 되는 듯 몸을 부르르 떤다. 한 노인은 매달 딸이 다녀간다. 큰 딸이라고 했다. 반찬도 만들어 오고, 과일도 사 온다. 한 노인의 손을 꼭 잡고 있다가 울면서 돌아간다. 간병인들이 숙덕거리는 것을 간추려 보면 한 노인은 돈이 많은 할머니였단다. 그 돈을 아들에게 빼앗겼다. 사업한다고 집까지 사채에 잡히는 바람에 길바닥에 나앉게 된 노인이란다. 그 충격으로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다. 한 노인의 입 안에서 파리 한 마리가 날아 나온다. 파리는 한 노인의 입술을 타고 놀다가 포르릉 날아 강 노인의 감은 눈 위에 앉는다.
강 노인은 온종일 잠을 잔다. 잠을 자는지 안 자는지 모르겠지만 눈을 꼭 감고 있다. 눈 위에 앉은 파리의 움직임에도 미동이 없다. 감각이 다 죽어서 산송장이라 그럴까. 산송장 아니다. 하루 세끼의 밥은 꼬박꼬박 받아먹는다. 여기 누워있는 세 노인은 먹고 배설하는 것으로 살아있다는 증표를 드러낸다. 연서는 다시 천천히 고개를 돌려 창을 바라본다. 눈부시다. 빛이 날카롭게 연서를 파고든다. 예리한 칼날로 찌르는 것처럼 온몸에 통증이 온다. ‘누구 없어요? 저 창문 가리개 좀 내려 주세요.’ 연서는 있는 힘을 다해 말을 하지만 옹알이에 그친다.
문이 벌컥 열린다.
“할머니, 밥 왔어요. 밥, 정신들 차리세요.”
하얀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여자가 수다스럽게 소리치며 딸랑딸랑 종을 흔든다. 미동도 않던 노인들이 여기저기서 꿈지럭거린다. ‘밥, 밥, 바압’ 침을 질질 흘리며 누웠던 장 노인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어눌하게 중얼거린다. 간병인 A와 B가 쪼르르 달려와 각자 침대를 비스듬히 세워 환자를 앉히고 침대에 붙은 접이식 식탁을 편다. 각자의 식탁에 죽이나 밥이 놓인다. 송장 같던 환자들이 식판에 코를 박는다. 수저질을 못하는 한 노인과 강 노인에게 간병인 두 사람이 각자 붙어 밥을 떠먹인다. 장 노인은 수저가 필요 없다. 손으로 허겁지겁 음식을 입으로 가져간다.
“할매, 숟가락으로 퍼 먹으라니까. 또 손이야? 말 안 들으면 밥그릇 가져간다.”
한 노인에게 밥을 먹이던 간병인 A가 앙칼지게 소리친다. 장 노인의 손이 입에서 미끄러진다. 간병인은 장 노인의 서랍을 열어 숟가락을 꺼내 장 노인 손에 잡혀 준다. 장 노인을 떨떨 떨면서 숟가락질을 힘겹게 시작하지만 간병인의 눈길이 돌아가자마자 원위치다. 금세 밥이고 국이고 반찬이고 싹쓸이다.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입맛을 다신다. 밥이 적다는 뜻이다. 연서의 식탁에 놓인 밥을 자꾸 훔쳐본다. 연서는 자신의 밥을 주고 싶다. 손을 움직일 수만 있다면. 오른쪽 팔을 식탁에 올려보려고 용을 쓴다. 손가락만 꼼지락거린다. 연서는 자신의 차례가 오길 기다린다. 한 노인과 강 노인에게 밥을 먹인 후에야 연서 차례가 올 듯하다. 엄마는 어딜 가셨을까.
연서는 물끄러미 앞 침대의 환자를 본다. 두 사람이 다시 들어왔다. 치매노인이라 했다. 모 종합병원에서 온 환자라 했다. 치매환자는 여러 종류다. 어떤 환자는 밤새도록 잠을 안 자고 침대에서 내려와 왔다 갔다 하고, 어떤 환자는 중얼중얼중얼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쉬지도 않고 한다. 어떤 환자는 간병인을 엄마라고 부른다. 손가락을 빨며 엄마 찌찌, 찌지 한다. 환자 여섯 명의 얼굴이 밀가루 푼 것처럼 하얗기도 하고, 노르스름하기도 하다. 오랫동안 햇빛을 못 받은 얼굴이라 그렇기도 하지만 백발의 머릿결 탓인지도 모르겠다. 병실에 있는 사람은 모두 닮은꼴이다. 연서만 곱슬머리다. 연서는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수족을 전혀 못 쓴다. 식물인간에서 겨우 의식은 돌아왔지만 간병인이 없으면 대소변도 해결 못한다. 연서랑 같이 병실에 있는 환자는 모두 기저귀를 찼고, 간병인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24시간 시중을 든다.
엄마는 오지 않는다. 아픈 것일까. 감기 기운이 있다더니 많이 아픈 것일까. 불쌍한 엄마, 24시간 요양원으로 옮기기 전 겨우 의식이 돌아와 종합병원 병실에 있을 때였다. 연서의 간병을 하던 엄마는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찍어내 연서를 불편하게 했다. 먹는 것을 거부하는 딸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밥숟가락을 밀어 넣던 엄마는 혀끝으로 밥알을 밀어내 떨어뜨리는 딸을 보며 금세 대성통곡을 했다. 눈물 뚝뚝 흘리며 읊조리는 말은 연서 가슴을 터지게 했다.
“이것아, 사람은 밥 심으로 산다는데. 밥이라도 먹어야 살지. 아직 창창한 나이에 이게 무슨 일이고. 너 대신 내가 아팠으면 좋것다. 내가 무슨 죄를 지어서 말년에 딸 년 병수발까지 하는 신세가 됐을꼬. 창대 같은 젊은것이 이라고 있으니 내가 먼저 죽었어야 했는데. 오래 살아 못 볼 꼴 보는 것보다 하리라도 빨리 갔으면 좋것다.”
연서는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어머니는 수건으로 연서를 눈물을 닦아주며 넋두리는 계속되었다.
“불쌍한 내 새끼, 울지 말거라. 운다고 현재가 달라지겠니. 스스로 죽지 못해 사는 인생이 어디 너뿐이겠니. 그래도 고맙다. 이렇게 살아줘서. 차츰 좋아질 기다. 쓸데없는 생각 말고 정신 강하게 무라. 강서방과 애들 생각해서 일어나야지. 강 서방 보기 참 미안타. 너 때문에 반쪽이 됐다. 가끔 혼자 우두커니 서서 눈물 흘리더라. 안 됐다.”
‘이 몸으로 어떻게 살라고요. 애들에게 짐만 되는 몸뚱인데.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요. 날 좀 죽게 해 주세요. 제발요. 강 서방? 엄마는 뭘 모르면 가만히 좀 있어요. 그 사람을 위해서라도 차라리 내가 죽어야 해요. 산 사람은 살아야지요. 이런 꼴 진짜 안 보이고 싶어요. 차라리 내 머리가 터져 죽어버렸으면 이런 꼴 저런 꼴 안 봐도 되는데. 왜 살아났는지 모르겠어요. 엄마, 날 좀 죽게 해 줘요. 제발.’
연서는 피를 토하듯 외치지만 소리 없는 아우성이다. 연서는 있는 힘을 다해 움직여 보려 해도 몸은 산송장이다. 연서의 눈에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른다. 눈물샘이라도 말라버리면 좋겠다. 어쩌자고 눈물은 겉으로 드러나 흐르는지. 연서는 소리친다.
‘신이여, 제발 이대로 저승사자가 데려가든가. 벌떡 일어나게 하든가. 양단간에 결정 좀 내려주세요. 저 이렇게는 못 살겠어요.’
엄마는 매끼 밥상을 치우고 보조침대에 앉아 연서의 팔다리를 꾹꾹 주무른다. 거친 손마디지만 힘이 없다. 평생을 딸 하나 바라보고 사신 엄마, 40대 초반에 혼자되어 오직 연서만 바라보고 살아온 엄마, 연서는 결혼하고 친정에 들어와 살았다. 엄마를 떨어지기 싫다는 것은 핑계였는지 모른다. 연서는 직장을 놓고 싶지 않았다. 엄마는 연년생 손자 둘을 키웠다. 딸과 사위를 위해 살림을 책임져 주었다. 두 아들이 고등학생이 되자 연서는 직장에 사표를 냈다. 엄마는 전업주부로 돌아온 딸이 해 주는 따뜻한 밥을 몇 그릇이나 드셨던가. 연서가 직장에 사표를 내자 엄마는 자신의 집을 연서에게 물러주고 방을 얻어 나가셨다. 남은 노후를 혼자 재미있게 살겠다고. 엄마는 날마다 행복이라고 했다. 복지회관에 다니며 벨리댄스도 배우고, 요가도 하시던 엄마, 어느 날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진 딸의 간병을 맡게 된 엄마. 연서는 엄마께 평생 불효만 하다가 한만 남기고 죽을 것 같아 가슴이 무너진다.
“강 서방이 참 속이 깊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네가 의식도 없을 때는 하루도 안 빠지고 병원에 왔다 갔다. 네 손을 잡고, 네 이마를 짚어주며 앉아 있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파 못 보겠더라. 내가 있으니 오지 마라 했다. 환자 꼴 보는 것이 안 보느니 보다 못하다.”
‘잘했어요. 엄마, 나 그 사람 싫어. 진짜 보기 싫단 말입니다. 얼마나 냉정하고 이기적인 사람인데. 엄마도 알잖아요. 그 사람 성격을 나보다 더 잘 알면서. 나 이렇게 됐으니 속으로 죽기만 바랄 걸요. 차라리 목석하고 사는 게 낫지. 겉으로 흠잡을 데 없는 그 사람의 모든 것이 나를 쥐어짠다고요. 숨이 막혀서 숨통 좀 틔우고 사는 방법을 알고 싶었다고요.’
“현이랑 열이도 당분간 못 올 게다. 기말고사란다. 이런 어미 보면 저거도 마음 아플 것이고. 공부 열심히 하는 게 어미 돕는 거라고 오지 마라 했다. 저거가 알아서 학교 다니는 거 보면 철이 들었다. 당분간 강서방도 아이들도 기다리지 마라.”
현이와 열이, 아이들 생각하자 연서는 가슴이 또 터질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이다. 어미가 옆에서 온갖 시중 다 들어주며 아이 뒷바라지를 해도 시원찮을 시긴데 전신마비 환자로 누워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다. 의사는 뇌졸중으로 쓰러지면서 척추 신경에 손상이 갔지만 척추신경이 살아날 가능성이 5% 정도는 있다면서 환자 본인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차라리 죽는 게 낫다. 연서는 고함을 지른다. 날 좀 죽여 달라고. 아무리 고함을 쳐도 입 밖에 나오지 않는 말, 아무리 인상을 쓰도 구겨지지 않는 얼굴, 아무리 허우적거려도 천근 무게로 꼼짝도 않는 사지, 죽음조차도 맘대로 할 수 없는 몸뚱이에 갇혀 있다는 것이 바로 천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연서는 자신이 왜 이런 천형을 받아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알고 싶다. 알 수만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지 좋다.
연서는 기적적으로 의식이 돌아왔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지 석 달 만이었다. 의식은 돌아왔지만 몸은 여전히 움직이지 못했다. 연서는 눈 깜박임으로 의사 표시를 한다. 띄엄띄엄 외계 어를 웅얼거리기도 한다. 신기하게도 엄마는 연서의 말을 알아듣는다. 연서가 무엇을 원하는지. 대번에 안다. 연서는 요양원으로 옮겨 달라고 엄마에게 부탁했다. 엄청나게 나오는 병원비도 문제지만 노구를 이끌고 딸 옆에서 새우잠을 자는 엄마를 물리치고 싶었다. 연서는 24시간 간병인이 보살필 수 있는 요양병원과 요양원을 같이 운영하는 곳으로 옮겼다. 처음 엄마는 온종일 연서 곁을 지켰다. 간병인이 눈치를 했다. 집에 가서 쉬어도 된다고, 자기네가 다 알아서 하니 어머님이 할 일은 없다고. 엄마는 자신의 일상으로 복귀했다. 그래도 엄마는 하루에 한 번씩은 꼭 다녀간다. 남편과 아이들은 정해진 규칙이 없다. 각자 멋대로 불쑥불쑥 나타났다 사라진다. 차라리 안 오면 좋겠다. 연서는 그들을 보기 괴롭지만 안 오게 할 방법이 없다. 연서는 엄마의 말을 생각한다.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거다. 가만히 있어도 가는 것이 시간이다. 너 자신만 생각해라.’ 그래,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것이다. 각자 자신의 삶에 익숙해지면 환자에 대한 연민도 그리움도 희석되리라. 아니, 떼어내 버리고 싶은 불편한 혹 덩어리로 전략할지 모른다. 그것이 인생이다.
엄마가 며칠 째 결석이다. 남편과 두 아이도 발길을 뚝 끊었다. 연서는 날짜를 헤아려보다 포기한다. 지칠 때도 되었지. 남편과 두 아이는 그렇다 쳐도 엄마는 아니다. 엄마에게 연서가 어떤 존잰데. 왜 안 오실까. 연서는 엄마를 기다린다. 간병인 외에 아무도 들락거리지 않는 병실, 하얀 벽, 하얀 노인들, 연서는 숨이 막힌다. 나는 저 노인들과 달라. 나는 살아야 할 의무가 있어. 엄마 때문에, 아니야. 남편 때문에, 아니야. 아이들 때문에, 아니야. 오직 나 때문에 나는 살아야 해. 연서는 겨우 결론에 다 달았다. 죽고 싶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살고 싶다. 잊어진 여자이고 싶지 않다. 살아 있는데. 이렇게 살아 있는데. 연서는 남편과 자식보다 엄마에게 잊어진 딸이 되기 싫다. 엄마 미안해. 엄마 어디 계세요. 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연서는 울컥 서럽다.
“아주머니, 오늘은 생기가 돌아요. 배고프죠? 근데 할머니가 요즘 통 안 오시네요. 아주머니도 할머니 기다리죠? 따님 밥은 손수 먹여야 딸에게 약이 된다 하시더니. 이상하네.”<계속>